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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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이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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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1-05-25 ㅣ No.2312

<말씀>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나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너희는 울며 슬퍼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는 근심에 잠길지라도 그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이와같이 지금은 너희도 근심에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와 만나게 될 때에는 너희의 마음은 기쁨에 넘칠 것이며

그 기쁨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묵상>

 

주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시기 전

제자들에게 고별사를 하신다.

슬퍼하는 제자들을 위로하시며

지금의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다시 만남의 기약이 있는 이별이고

그 다시 만날 때의 보다 큰 기쁨을 위해

잠시 이별하자고 하신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이별이 얼마나 쓰라리라 아픈 것인지를 잘 안다.

죽음을 통한 이별이든

살아서 이별이든

이별은 이렇게 슬프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은 언젠가는 이별하게 된다.

한 생을 살고 나면 누구나가 이 세상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모든 것을 떠나게 되어 있다.

그런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이 떠남과 이별은 이미 그렇게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은

이 세상에서 이미 그 떠남과 이별이 단순한 헤어짐이 아니라

저 세상(천국)에서의 다시만남의 전제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아픈 이별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만나 누리게 될 그 기쁨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기에...>

 

주님의 이 말씀은

내가 집과 어머니를 떠나 수도원에 오게 되었을 때를 생각나게 해 준다.

비신자 가정 출신의 내가 수도원에 간다는 것은

어머니도 형제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형제의 정을 끊자고 매정하게 다구치시던 형님도 있었고

보내긴 해야겠는데 아쉬움에 붙잡고만 싶었던 어머니도 계셨다.

나로서도 이러한 정 때문에 훌훌털고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이 헤어짐과 이별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고...

가족을 떠남은 가족과의 이별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의 약속이라고...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 가거라!> 하신 어머니의 애절한 말씀에 순종하여

산소에 들린 후 어머니께 큰절을 올리고 일어서면서

쏟아지는 하염없는 눈물은 그 애틋한 정 때문이었으리라.

내 생애 가장 많이 흘려 본 그 눈물은

분명 슬픔만은 아니었다.

이러한 가슴저림에도 불구하고

내가 떠나는 것이 우리 가정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더 유익하리란 믿음과 확신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아직 20살 밖에 안되었던 나에게 어찌 그런 확신이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그렇다!

때론 내가 있는 것이 인간적으로 더 유익해 보이는 자리라 하더라도

때가 훌쩍 떠남이 큰 공백으로 여겨지겠지만

그것이 주님께서 더 큰 유익을 위해 마련하시는 계획이라고 생각하자.

그분이 떠남도 우리에게 더 큰 유익을 주시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의 떠남도 우리 가족, 우리 형제들에게 때론 더 큰 유익을 위한

잠시의 아픔이라고 생각하자.

 

오늘 특별히

연인과의 아픈 이별을 해야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남편, 아내와 사별해야하는 사람들,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고 싶지 않지만 떠나야 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떠나보내야만 하는 슬픔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들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

오늘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을 전해주고 싶다:

 

<다시 만나게 될 때에는 너희의 마음은 기쁨에 넘칠 것이며

그 기쁨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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