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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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이 아니라 단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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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0-30 ㅣ No.2923

요즘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대안학교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경남 거창에 가면 유명한 거창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교육이념에 충실한 학교입니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나 적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학교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높은 대학합격률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독특한 학교가 또한 거창고등학교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이 학교 선생님들의 교육자로서의 강한 소명의식과 끊임없는 헌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학교를 소개하는 팜플렛을 읽다가 "직업선택의 십계"란 항목이 유난히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한마디로 요약해서 좁은 문을 선택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좁은 문을 선택하라고 권고하십니다. "왜 하필 또 좁은 문입니까? 예수님은 왜 우리를 좀 편하게 두지 않으십니까?"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하는 까닭은 그 문이 생명의 문이기 때문입니다. 넓은 문을 포기해야하는 까닭은 그 문이 멸망의 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넓은 문은 누구나 꿈꾸던 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추종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넓은 예루살렘의 성문을 통해 드나들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한평생 넓은 문이 아니라 좁은 문을 선택하셨습니다. 영예스런 문이 아니라 고통스런 문을 선택하셨습니다. 가파르고 좁고 험한 길인 십자가의 길, 치욕과 죽음의 길인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한평생 예수님의 길은 좁은 문의 연속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좁은 문만이 아버지께로 나아가는 문, 생명에 이르는 문, 생명을 구하는 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여정의 각 단계 앞에 놓여진 많은 문을 통과할 때마다 우리는 문의 크기에 절대 연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 문이 우리를 어떤 곳으로 이끄는가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겠습니다. 문의 크기나 외적인 화려함에 절대로 현혹되지 마십시오. 문이 얼마나 비싼 문인지 하는 것에 마음 끌리지 마십시오. 무엇보다도 그 문의 마지막 종착점을 보십시오. 거기에 우리 삶의 최종 목표이신 주님께서 계시는지를 보십시오.

 

우리가 끊임없이 넓은 문을 포기하고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좁은 문은 주님께서 통과하신 문이며, 좁은 문 그 너머에 주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좁은 문은 비록 고달프고 자주 포기하고픈 문이지만 결국 그 문만이 영생의 문이며 구원의 문이며, 부활의 문이며 천국의 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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