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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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님의 기도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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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순 [soona610] 쪽지 캡슐

2011-02-07 ㅣ No.134

 

기도하기 위해 태어난 듯한 형님이 한 분 계신다. 어느 날 그 형님의 아들 친구가 애인의 전 남자가 휘두르는 칼에 맞아 전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이를 안타까이 여기던 형님은 아들 친구를 위해 어떻게 기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살아 움직이는 말씀, 성서를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형님은 말씀 한자 한자를 쓸 때마다 마비된 그 청년의 전신이 움직이는 상상을 하며 필사를 해나갔다. 어떤 날의 말씀에는 뇌와 신경계통이 회복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어떤 날은 손과 발이 움직이는 상상을 하며 필사를 계속해나갔던 것이다. 그렇게 일 년을 필사를 할 즈음 아들 친구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드디어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형님은 늘 그 청년이 회생하는 모습을 그리며 말씀을 필사를 해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지금, 청년은 사회에 복귀하여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헌신적인 기도를 했다는 것을 아들 친구는 물론 그 가족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고 했다. 모임에서 오늘 처음 하는 이야기라고 고백하는 형님을 바라보며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만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스치는 일은 없는 듯하다. 내가 먹은 마음은 곧 하늘에 스미고, 사람들 마음속 까지도 스며들어 그 상태 그대로 그들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 형님을 통해 더욱 절실이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무거운 마음을 지니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 사람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얹어주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남을 위해 기도하려면 먼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근심걱정부터 하느님 대전에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싶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믿음의 상태, ‘그때라야’ 남을 위한 기도도 응답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 형님은 삶의 모든 중심을 하늘에 두고, 묵주를 들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평생 묵주를 거의 손에서 놓는 일이 없다. 그러나 형님의 발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향에 달려가기도 하고, 유학 오신 외국신부님, 유학가신 한국 신부님 손에 용돈을 쥐어드리기도 한다. 그렇게 30년 전이나 오늘이나 초지일관 하느님의 귀한 딸로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형님은 늘 나에게 선행을 부추기는 귀한 신앙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아프지도 말고, 더 늙지도 말고 더욱 아름답게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수놓으며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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