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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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이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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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1-17 ㅣ No.3170

1월 18일 금요일, 마르코 2장 1-12절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별일이 다 있네!>

 

성탄이 몇 일 지난 어느 날, 형제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모두들 배가 고파서 조용히 먹는 데만 열중해 있었는데, 갑자기 식탁위로 무엇인가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 다들 소스라치게 놀라 떨어진 물체에로 일제히 눈길이 쏠렸습니다. 식탁위로 떨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라 성탄장식을 위해 천장에 붙여두었던 제법 큰 원형 장식물이었습니다.

 

이어서 형제들의 눈길은 일제히 천장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특별히 자신들이 앉아있는 머리 위쪽에 "위험물체"가 없는지 가장 먼저 확인들을 하였습니다.

 

머리 위에서 갑자기 무엇인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사람을 무척 불안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작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무방비상태에서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떨어지면 사람은 즉시 경계태세를 갖춥니다. 결코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하고 있던 일에 더 이상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한 마디로 기분이 몹시 나쁜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일을 겪으십니다. 가파르나움의 한 집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잔뜩 매료되어 그분의 말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수많은 청중들로 인해 집 안 분위기는 진지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사람들은 진정으로 귀담아 들었습니다. 가끔씩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예수님께서는 성심성의껏 대답하셨습니다.

 

이런 진지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앉아 계신 자리 바로 위쪽으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별일이 다 있네!"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천장을 향했습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지붕을 벗겨내고는 구멍을 내기 시작합니다. 구멍을 내면서 떨어져 내리는 흙더미나 먼지덩어리가 밑으로 밑으로 계속 떨어졌습니다. 이를 참지 못한 몇몇 사람들은 위쪽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릅니다. 몇몇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이러한 불쾌한 상황을 견뎌내십니다. 도대체 이들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상황이 어떻게 진척되는지를 유심히 바라보십니다.

 

이윽고 큰 크기의 구멍이 나자 요에 눕혀 끈으로 묶여진 중풍병자 한 사람이 예수님이 앉아 계셨던 곳으로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은 그 상황 앞에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대응하실 것인지를 숨을 죽인 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기상천외하고 무례한 그들의 행동 앞에 기분이 몹시 상할 수도 있었을텐데, 예수님은 미동도 하지 않으시고, 줄에 매달려 내려온 중풍병자의 얼굴을 바라보십니다.

 

수십 년간 꼼짝없이 누워 천장만 쳐다보며 지내왔던 중풍병자의 지난 삶의 고통이 예수님의 눈앞에 스쳐지나갑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하면서 수도 없이 죽기를 원했지만, 그것마저 마음대로 이룰 수 없었던 중풍병자의 가련한 인생 앞에 예수님의 마음은 찢어질 것처럼 아파 옵니다. 예수님의 손길은 자기도 모르게 중풍병자의 뻣뻣해진 사지를 어루만집니다. 예수님의 그 따뜻한 손길은 간절한 기도가 되고, 경직된 사지를 풀어주는 노래가 됩니다.

 

이토록 예수님의 손길은 닿기만 하면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은총과 자비의 손길입니다. 연민과 측은지심의 손길, 그 손길이 바로 예수님의 손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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