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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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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5-01 ㅣ No.3632

5월 2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학자 기념일-요한복음 15장 9-11절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그러니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집으로...>

 

오늘은 거금을 투자해서 아이들과 영화 "집으로..."를 보고 왔습니다. 거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몇몇 아이들에게 "영화 보면서 너도 할머니한테 삥뜯은 일이 생각나서 그러지?"하고 놀려주었습니다.

 

첩첩산중에 혼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 늙을 대로 늙으셔서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외할머니, 게다가 말씀을 전혀 못하시는 외할머니를 처음 대면한 상우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굳은살이 박힌 시커먼 손으로 김치를 떼어 밥에 얹어주시는 할머니, 프라이드 치킨이 먹고싶다고 했는데, 잘못 알아들으셔서 닭백숙을 해오신 외할머니가 상우는 마냥 싫습니다.

 

첩첩산중인지라 TV는 전혀 나오지 않고, 유일한 소일거리였던 소형 오락기 마저 밧데리가 다 떨어져 못쓰게 되자 상우의 심술은 극에 도달합니다. 오강단지를 차서 깨뜨려버리고, 잠자고 계시는 할머니 머리에 꽂혀있던 은비녀를 몰래 빼내 밧데리를 사러 갑니다.

 

이런 상우의 "싸가지 없는" 행위에도 외할머니는 한번도 손자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우가 버릇없이 굴어도 할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저 안쓰러운 얼굴로 그윽이 상우를 쳐다볼 뿐입니다.

 

또 외할머니는 상우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힘닿는 데까지 구해다 줍니다. 상우가 신을 운동화를 사기 위해 기역자로 굽은 허리로 겨우겨우 나물을 캐어 시장에 내다 팝니다.

 

상우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시는 외할머니, 그러나 상우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섭섭해하지 않는 외할머니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부족하고 배은망덕하고 염치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 때로 우리가 그분을 멀리하고 그분을 배척하는 순간에도 그저 안쓰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다보시는 분, 묵묵히 우리를 기다리시는 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그러니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하느님의 사랑은 무엇보다도 인내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스스로 자각할 때까지 하느님은 마냥 기다리십니다. 마치 상우의 외할머니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서울 엄마로부터 편지가 오고 상우는 떠나게 되는데, 외할머니의 크나큰 인내와 사랑을 깨달은 상우는 마지막 밤을 꼬박 새웁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수신인이 상우로 된 "아프다", "보고 십다"라고 크게 적힌 엽서를 여러 장 준비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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