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6-18 ㅣ No.147663

신문사로 자매님 두 분이 오셨습니다. 12년 전에 교통사고가 있었고, 남편이 많이 다쳤다고 합니다. 늘 신앙 안에서 살았던 부부에게는 엄청난 시련이었습니다. 아파서 누워있는 남편의 고통도 컸고, 사랑하는 남편을 돌보는 아내의 아픔도 컸습니다. 팬데믹으로 지난 1년 동안 주님을 모시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언제고 시간이 되면 성체를 모시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갈까요?’라고 말하였습니다. 사도행전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에티오피아 여왕의 내시였던 사람은 필리포스를 만났습니다. 성경의 이야기를 들었고, 지금 세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필리포스는 곧 바로 세례를 주었습니다. 성당에서 성체를 모시고, 형제님의 집으로 갔습니다. 12년 동안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형제님의 표정은 무척 밝았습니다. 누굴 원망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오히려 신문사의 운영에 대해서 걱정해 주셨습니다. 위로해 드리려고 갔는데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들은 수도원에 입회하였고, 6년 후에는 수도사제가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딸은 2년 동안 가난한 나라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자매님에게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였습니다. 친구는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울면 함께 울어 주었습니다. 친구는 주일 미사가 끝나면 자매님과 함께 가까운 산으로 갔습니다.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는 신문사에도 함께 왔습니다. 남편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함께 아파해야 했던 자매님은 친구를 통해서 위로를 받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을 때에도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입니다.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담을 닦아드린 베로니카입니다. 제게도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부르클린 교구의 한인 신부님들이 있습니다.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기도하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서부지국의 일을 맡아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뜻하지 않는 후원금을 보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 나를 줄곧 찔러 대 내가 자만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휠체어에서 지내야만 하는 형제님의 고통을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남편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아픔을 생각합니다. 다행히 오른 손의 힘이 돌아와서 이제는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며 웃으시는 형제님을 생각합니다. 간병인이 오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미사참례를 갈 수 있다는 자매님을 생각합니다. 비록 몸은 고통 중에 있지만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며 감사드리는 형제님과 자매님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루 종일 기도 하는 사람이 거룩한 것이 아닙니다. 유혹 중에 있어도 주님께 돌아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거룩해 지는 것입니다.

 

인생은 늘 밝고 맑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인생은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련의 때에는 그것을 디딤돌로 삼아 밝은 미래를 꿈꾸는 것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그 힘을 더불어 사는 이웃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120 7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