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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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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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6-06-02 ㅣ No.18174

6월 3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요한 21장 20-25절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왠지 모를 안도감>


오늘 요한 복음사가가 지칭하고 있는 한 제자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로 표현되고 있는 그 제자는 누구일까요? 여러 정황을 고려해봤을 때, 요한복음서의 저자인 사도 요한이 틀림없습니다.


수제자 베드로와 예수님으로부터 각별한 총애를 받던 사도 요한은 예수님을 사이에 두고 언제나 경쟁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항상 앞 다투어 예수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애를 썼는데, 때로 지나치다보니 그런 모습들이 복음서 여러 곳에서 감지될 정도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베드로는 사도 요한을 가리키며 예수님께 질문을 던집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도 요한에 대한 베드로 사도의 지나친 관심과 견제에 약간 못마땅하셨던 예수님께서는 한마디 하십니다.


“요한이 어떻게 되든지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위 말씀은 베드로 너는 왜 그렇게 요한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요한은 요한 나름대로 길이 있고, 베드로 너는 너 나름대로 길이 있으니, 서로 비교하지도 말고, 서로 미워하지도 말고 너는 너 생각만 해라는 말씀과 동일합니다.


예수님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요한과 베드로 사도의 경쟁을 바라보며 그들도 역시 인간이었구나, 하는 마음에 왠지 모를 안도감에 젖어듭니다.


오늘 요한 사도의 삶을 잠깐 조명해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기 이전 요한은 어부였습니다. 이웃이었던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와 함께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를 낚던 사람이었습니다.


요한의 성격은 ‘천둥의 아들’이라 불릴 정도로 과격하고 급했습니다. 예수님을 거절한 사마리아 사람들을 보고 즉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요한은 그 동네를 불살라버리려고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야심도 많았습니다. 주님의 나라가 오면 가장 높은 자리에 앉기를 원했습니다. 예수님을 독차지하려는 마음도 강해서 자주 다른 제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인간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한 가지 떳떳하게 내세울 것이 있었습니다. 스승 예수님을 향한 열렬한 사랑이 그의 마음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불같은 사랑을 지니고 있었던 요한이었기에 예수님의 수난 때 다른 모든 제자들이 줄행랑을 놓았지만 끝까지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요한은 용감하게도 대사제의 집 안까지 들어갔습니다. 예수님의 수난 받으시는 광경을 지척에서 지켜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도들 가운데 요한만이 유일하게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 있었습니다. 부활절 새벽, 빈 무덤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간 사람도 요한이었습니다. 이 모든 모습들은 예수님을 향한 요한의 불같은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한때 과격한 성격, 다분히 정치적인 성향, 무척이도 소유 지향적이고도 자기중심적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요한이었지만, 스승 예수님의 사랑에 의해, 요한 자신의 오랜 노력을 통해 요한은 서서히 전과는 전혀 새로운 참사도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예수님의 사랑에 힘입어 요한의 급하고 과격하고 편협된 성격은 온화하고 관대하며 겸손한 성격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요한의 변화는 오늘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하나의 큰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편협 되며, 이해 타산적입니다. 죽어도 손해보고 싶지 않습니다. 늘 나와 남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내리누르려고 기를 씁니다. 이런 모습은 신앙생활 안에서도, 신앙인들의 공동체 안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반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변화, 또 다른 새 출발을 포기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 힘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지만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변화가 가능합니다. 우리 자신만의 능력으로는 힘겹지만 하느님의 능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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