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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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묵상]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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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양 [bonu123] 쪽지 캡슐

2007-08-18 ㅣ No.29526

 
 
+ 우리 모두 평화

 

오늘도 일회용 의료 고무장갑을  끼고 허리를 구부려 변기통에 얼굴을 쳐박듯이

들이 대고는 한바탕 난리를 부렸다.

때때로 올각질도 나고 저절로 인상이 찌그러진다.

그러나 그나마 성공적이라고 생각이 들 땐 안도의 숨도 쉴 수가 있으니 끝판에 가서는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변소가 뭐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는 우리 엄마의 하루 일과 중에 일거리이다.

변기에 앉혀 놓으면 보통 의자에 앉아있듯이 맥없이 가만히 계실 뿐이니 제대로  볼 일을

본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한 번만 힘을 '끙'하고 주면 통변이 될터인데 아무 것도 모르시니 의료용 고무장갑을 끼고

늘 엄마 항문 주위를 맛사지 해 드리며 억지로 뱃속의 이물질을 꺼집어 내는 것이다.

 

운 좋게 소변이라도 보시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고, 뜻하지 않게 변을 보시면 신바람이

날 정도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우리 막내 안드레아도 그런 기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우리 막내 안드레아는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할머니가 소변 보시는 것과,

기저귀 갈아 채우는 것까지는 잘 하지만 대변 처리를 할 때면 나를 불러댄다.

너의 할머니인데 뭔 마음에 준비가 안되었냐고 하면서 이 다음에 엄마한테도 그럴꺼냐고

억지스런 확인을 하지만 우리 막내아들 안드레아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요즘 귀여운 우리 엄마랑 지내면서 앞으로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엄마 앞에서 짜증을 낼 수는 없고 안드레아 앞에서 한참을 넋두리하게 된다.

 

그럴적마다 안드레아는 웃으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왜 사람은 늙으면  더러운 것을 모르게되지?

하지만 엄마도 이 다음에 그럴껀데, 할머니한테 잘 해야 나도 엄마한테 잘하는 것이예요.."

 

가슴 한 구석이 뜨끔하다.

녀석이  분명 나를 위로한다는 말투로 상냥하게 말할 때면 내 마음에 소용돌이치는 부끄럼이

솟구치고 있다.

"그래,, 아무 것도 모르시고 저러시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할머니가 자식들에겐 물론이고

손자인 너희들에게도 얼마나 큰 사랑을 퍼부어 주셨니?

돌아가시는 날까지 편안하게 잘 해드리자.."

 

한껏 착한 딸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언니 오빠들에게 대한 불만이

대단하기만 한 것도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기왕에 엄마를 돌보아드리기로 하였으면 아무소리 없이 잘 해드려야하는데, 늘 이렇게

겉다르고 속다른 날들을 보내게 된다.

어쩌면 이 다음에 우리 아들이 나에게 잘 해주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나의 불만을 참게 되는

것은 아닐려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의 엉터리 항문 맛사지 요법으로 변을 보신 엄마는 뱃속이 좀 편하신가보다.

먹을 것을 잘 드신다.

 

잠시 묵상을 해 본다.

 

내 마음과 머리속에는 똥으로 가득차 있나보다.

화해를 해야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행을 못하고,

나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만 있으니 늘 마음과 머리속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용서는 하느님께서만 해 주실 수 있는 것이란 걸 알면서도 늘 입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인간들이라고 불평 불만을 내 뱉게 되는 내 안에 똥들을 왜 빼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난 솔직히 아직은 내 자신과 화해를 못할 것 같으다.

내 안에 자유를 찾을 때 편안해질거라는 것을 말로는 그리도 잘 알면서 참으로 힘든

여정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귀여운 울 엄마가 변기위에 아무 의미없이 앉아계시듯 나의 마음도

머리속도 똥 속에 휘말려 둔쟁이가 될 것 같으다.

 

얼마나 더 기도를 하면 내 안에 자유를 찾아 더러운 똥을 내 뱉어 버릴 수가 있을까?

그저 할 말을 잃고 또 한 번 가면을 쓴 채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이 못난이를 용서해 주소서..

나로 하여금 힘듬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주여, 나를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그리고 나의 형제들이 엄마를 찾아 오게 해 주소서.."

 

마음과 달리 실천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은 인간은 어서 빨리 나를 찾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진다.

내 안에 있는 똥을 다 빼내면 나의 사랑하는 하느님과 같이 웃을 수 있겠지..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신명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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