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주님 공현 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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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1-05 ㅣ No.117336

인터넷을 통해서 처음으로 글을 쓴 것은 20년 전입니다. 당시에는 천리안, 하이텔 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천리안의 가톨릭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글을 나누었습니다. 저의 이름은 우산장수였습니다. 우산은 비가 올 때 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도구입니다. 저는 사랑의 우산, 기쁨의 우산, 위로의 우산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우산장수로 정했습니다. 벌써 오래전의 기억입니다. 20년 전입니다. 교구는 양업프로그램을 개발하여서 본당과 교구가 전산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생긴 것이 가톨릭 굿뉴스입니다. 저는 가톨릭 굿뉴스 자유게시판을 통해서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적성 본당에 있을 때였습니다. 시골에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분들이 제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었습니다. 교구 성소국에 와서는 매일 강론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때로는 힘이 들기도 하고, 시간을 내서 글을 쓰는 것이 버겁기도 하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에, 하루의 시작을 말씀으로 시작할 수 있기에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익명성이 있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가짜 뉴스들이, 남의 소중한 인격을 침해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이나 조직에 대해서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글은 본인에게는 엄격하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늘 관대한 마음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비판할 때는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야 합니다. 글과 말은 때로 칼보다 더 날카롭게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전에 남성 구역 봉사자들을 위해서 강의를 할 때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잠시 화장실에 갔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신부님 강의 말이야, 예전에도 들었던 내용이더군.” 그분은 별 뜻 없이 하셨던 말이었을 것입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같은 내용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화장실에서 ! 내가 준비 없이 강의를 하였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식이 끝나고 강의를 하는데 힘이 나지 않았고, 겨우 강의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상이 다르면 같은 내용을 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가능하면 남의 일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저의 무심한 말 때문에 함께 일하는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때가 되면 상여금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저는 별 뜻 없이 상여금을 받아서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말이 직원에게는 서운하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상여금인데 특혜를 받는 것처럼 말을 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서운했던 감정을 풀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작년에 읽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 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이 시를 음미하면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삶의 자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야할 삶의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요한 사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선명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을 닮은 우리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깃들여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말,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말,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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