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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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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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3-31 ㅣ No.119394

지난 목요일 성유축성 미사에서는 뜻 깊은 축하식이 있었습니다. 사제생활 50년을 맞이하시는 신부님을 위한 축하식이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교부학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부는 교회의 학자들입니다. 교리와 신학의 토대를 마련하신 분들입니다. 삶과 신앙에서도 모범을 보여주신 분들입니다. 신부님께서는 강의시간이면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교회의 미래를 말씀하셨습니다. 금경축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잠시 기도시간을 가지신 후에 성유축성 미사의 의미를 설명해 주였습니다. 오늘은 신부님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성유축성 미사의 의미는 독서와 복음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교회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 주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그들의 후손은 민족들 사이에, 그들의 자손은 겨레들 가운데 널리 알려져, 그들을 보는 자들은 모두, 그들이 주님께 복 받은 종족임을 알게 되리라.” 병자 성유와 예비자 성유를 축성하는 것은 바로 아픈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며,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매년 성유축성 미사에 함께 하였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게 또 다른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선포는 600년이 지난 후 예수님에 의해서 다시 선포됩니다. 예수님께서는 40일간 단식을 하였고, 깊은 침묵 중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였습니다. 그리고 회당에서 오늘 제1독서의 내용을 선포하십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 복음의 선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권력자와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헌신과 투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어 놓아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사제와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하였고, 제자들은 도망을 가고 말았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과연 어떤 자리에 있는지 돌아봅니다. 어느덧 교회는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투신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우리들의 신앙은 투신과 헌신보다는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우리는 매년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다시금 기억하는 것은 아닌지요?

 

오늘의 제2독서인 요한에 의한 묵시록은 저항 문학의 상징이며, 인간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입니다.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고, 땅의 모든 민족들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로마의 박해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박해하는 자들을 물리치실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기에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참고 주님을 향한 열정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것이 바로 순교자들이 가졌던 영성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힘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셨고, 기도 중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말을 하는 우리 민족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고, 하나가 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교회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축성 성유는 우리들이 세례를 받으면서 이마에 바르게 됩니다. 그리스도는 기름부음 받은 사람입니다. 기름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시는 것이며,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은 이제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들 역시 기름부음 받은 신앙인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가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병든 이들, 갇힌 이들의 손을 잡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 선포입니다.

 

좋은 말씀을 해 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신부님께서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저희들에게 바른 길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크신 사랑이 신부님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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