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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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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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8-24 ㅣ No.122853

오늘은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입니다. 저의 작은 아버님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작은 아버지는 저의 가능성을 알아주셨고, 제가 사제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방송국에서 일하시다가 정년퇴직을 하셨고 지금은 평창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지내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을 알아보신 것처럼 작은 아버님은 저를 알아주셨습니다.

 

저는 공부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작은 아버님은 제가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주셨고, 과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적이 오르면 자전거를 사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저는 저를 믿어 주셨던 작은 아버님께 감사를 드렸고,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도 선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예전에 성철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성철 스님께서 모기에 물려서 물린 곳을 긁었습니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비구니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스님 일체유심조아닙니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큰 스님이 체통 없이 가려운 곳을 긁었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야 너도 물려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 엠이 모임이 있어서 대부도엘 다녀왔습니다. 하루 잘 지냈는데 그만 모기들이 저를 사랑한 것 같습니다. 기도하는 중에도 가려워서 긁게 됩니다.

 

모기에 물리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됩니다. 하지만 감정이 상하면 마음에 염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쉽게 긁을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서 생기는 상처가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이 모른 척하면서 생기는 상처가 있습니다. 험담하고, 조롱하고, 무시하는 말들 때문에 생기는 상처가 있습니다. 나의 진심을 몰라주고 오해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상처가 있습니다. 조화는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 않습니다. 물을 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습니다. 생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생명은 일체유심조의 가르침을 따르기 어렵습니다. 본능이 있고, 감정이 있고,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서로 마주 보면 때로 다툼이 있게 됩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살아온 기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보기보다는 상대방의 허물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옥에 티는 아주 작지만, 눈에 확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티 때문에 옥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마주보기보다는 같은 곳을 보면 좋겠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 대화할 수 있습니다. 같은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고, 같은 신앙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본능에 따라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삶의 목적과 가치를 따지지 않는 삶입니다. 다음은 감성에 따라서 사는 삶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울고, 웃는 삶입니다. 이것은 동물과는 다른 삶의 시작입니다. 다음은 이성에 따라서 사는 삶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설정합니다. 도덕과 계명이 있고, 仁義禮智와 같은 덕을 삶의 가치로 여기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고, 겸손함을 알고, 자비로움을 알게 됩니다. 다음의 단계는 오성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마치 4차원의 세계를 사는 것과 같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참된 나를 알고,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소유와 명예,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삶입니다.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바로 그와 같은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신앙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는 다른 기쁨과 평화 그리고 자유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너는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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