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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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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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7-24 ㅣ No.148540

한국에서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원로사목자로 은퇴하신지 13년이 되셨습니다. 저보다 24살 많으신 토끼띠십니다. 80이 넘으셨는데도 아주 건강하십니다. 신부님은 은퇴하신 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수경 침을 배우셔서 아픈 사람에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수경 침을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멕시코, 필리핀에서도 수경 침을 알려 주셨다고 합니다. 틈틈이 철사를 이용해서 십자가를 만드셨습니다. 만드신 십자가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저도 하나 받아서 차에 걸어 놓았습니다. 은퇴 하신 후에도 아픈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시는 신부님을 존경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신부님에게 건강을 주신 것 같습니다. 나이를 숫자로 생각하면 주름이 늘지만 나이를 경험으로 생각하면 연륜이 쌓인다고 합니다. 은퇴를 한 후에도 봉사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것이 축복입니다. 직업에는 은퇴가 있지만 신앙생활에는 은퇴가 없습니다. 하느님께 갈 때까지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뉴저지의 뉴튼 수도원에는 한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마리너스수사님의 묘가 있습니다. 수사님은 20년 전인 2001년에 선종하였습니다. 수사님은 피난민들 가운데에서 하느님 형상을 보았기 때문에 배에 태울 수 있었고 14000명의 목숨을 구하면서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깨달아 수도원에 입회하게 됐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625전쟁 중 수많은 피란민을 승선시켜 구조한 이른바 흥남철수 작전의 주인공입니다. 당시 60명이 정원인 화물선에 피란민 14005명을 태운 배는 성탄절인 1225일 경남 거제에 무사히 도착해 수많은 이들을 전쟁터에서 구했습니다. 당시 구조된 이들의 후손은 지금까지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되며, 당시 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도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리너스 수사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 모범적으로 평가돼 시복시성 절차를 밟게 되었고, 지금 예비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마리너스 수사님의 시복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은퇴하신 신부님과 마리너스 수사님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 연민입니다. 또한 그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사랑과 연민입니다. 그 사랑과 연민이 있었기에 눈이 먼 사람은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들리지 않던 사람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풍병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었습니다. 나병환자는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죽은 소녀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기적과 표징이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과 연민이 있는 곳에는 기적과 표징이 일어납니다. 교황님께서는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국가에 백신을 나누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한국교회도 교황님의 권고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G7 정상회담에서 10억 회 분의 백신을 가난한 나라에 제공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바이러스는 백신이 보급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과 연민으로 서로를 보듬어주고, 아껴주면 사라질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5,000명을 배불리 먹이시는 표징을 보여 주셨습니다. 표징의 시작은 예수님의 사랑과 연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체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측은하게 바라보셨습니다. 표징은 자발적인 나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어린이가 가지고 있던 물고기와 빵을 기꺼이 내어 놓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물고기와 빵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의 걱정과 근심은 표징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자신 것을 지키려는 소유욕은 표징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사랑과 연민, 자발적인 나눔, 감사의 기도가 함께 만나면 표징은 언제나 일어납니다.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연민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했던 젊은이들 중 54명이 의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이태석 신부님의 뒤를 이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아픈 이들을 위해 헌신 할 것입니다.

 

기적이 먼저가 아닙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먼저입니다. 표징이 먼저가 아닙니다.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그 점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모두 주님 안에 하나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는 넘치도록 축복을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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