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스크랩 인쇄

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0-09-10 ㅣ No.58512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9월 10일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Can a blind person guide a blind person?
Will not both fall into a pit?
(Lk.6.39)
 
 
 
제1독서 1코린 9,16-19.22ㄴ-27
복음 루카 6,39-42
 
교구청 신부들과 저녁 시간에 가끔 볼링장을 갑니다. 재미있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무척이나 좋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함께 가는 신부님들 중에서 저의 점수가 가장 높습니다. 하긴 신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쭉 쳐왔고, 저만 쓰는 볼링공(소위 마이볼이라고 하는)이 있다 보니 점수가 나쁠 수 없지요. 그러다보니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신부님들이 가르쳐달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저 역시 가르쳐 드리고 싶지요. 하지만 문제는 저의 볼링 치는 자세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저의 폼을 가지고서 볼링을 치면 실력이 잘 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저 역시 처음에 제대로 배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친구들끼리 볼링을 치다가 다른 사람 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라 폼이 아주 엉망이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그 자세가 굳어져서 바꾸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전철을 다른 신부님께서 똑같이 걸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가르쳐드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볼링장을 가면 이런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분명히 아무리 봐도 잘 치는 볼링이 아닌데도 열심히 남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쳤다가는 허리나 팔목이 분명히 아플 것인데도, 그 방법이 정석인 것처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기본 원칙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대충 배운 것을 가지고 가르쳤다가는 새롭게 배운 그 사람을 망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잘하지 못하면서 아는 체를 하고 가르치려 합니다. 바로 자기를 드러내려는 ‘위선’으로 인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이 위선입니다. 사실 예수님 말씀을 충실히 지키는 제자라면 잘못을 범하거나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즉, 그들이 자기 잘못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잘 인도하며 도와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형제를 바로 잡아 주는 일에는 위협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중 한 가지는 형제를 바로 잡아 주는 그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티와 들보의 비유는 이를 잘 설명해 줍니다.

다른 사람의 지극히 하찮은 잘못은 크게 보이지만, 자신의 잘못은 대단히 중대한 것일지라도 작게 보이는 법이지요. 스스로 의로운 체 하는 것에서, 그리고 지배하고자 하는 충동에서 벗어날 때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남들 보다 윗자리에 올라가려는 위선을 과감하게 버릴 때입니다. 대신 주님처럼 자신을 낮추고 이웃을 섬기는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그때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처럼, 다른 사람을 제대로 주님께로 인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눈먼 이는 절대로 눈먼 이를 인도할 수 없습니다.

공지 한 가지 합니다. 제가 오늘부터 내일까지 피정을 지도하러 들어갑니다. 따라서 내일 새벽묵상글은 올릴 수가 없겠지요? 좋은 피정 될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리며, 주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도종환).





다른 사람을 위하여(이병률, ‘끌림’ 중에서)

베니스에서 한 달 정도 산 적이 있다. 늦은 밤 베니스에 도착해 집주인이 열쇠를 맡겨 두었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주인은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열쇠를 내주었다.

어두운 방의 불을 켜고 사방을 둘러보니 작은 탁자 위에 정성스럽게 포장된 뭔가가 있었다. 메모지에는 달랑 ‘다른 사람을 위하여’라고 적혀 있었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문틈으로 밀어 넣은 한 장의 메모를 발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매일 아침 어제 열쇠를 맡긴 카페에 앉아 신문을 봅니다. 이 메모를 본다면 오늘이나 내일, 들러 줄래요? 집주인.”

나는 카페로 달려갔다. 악수하고 앉았다. 긴 시간 동안 비행한 이야기와 새벽에 일찍 깨어나 잠을 뒤척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인은 대뜸, 나에게 무슨 선물을 받았느냐고 했다. 선물? 마침 나도 물어볼 참이었는데... 주인은 수년 전부터 여행객들에게 집을 빌려 주는데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가 그 집에 머물던 사람이 선물 하나와 이런 편지를 써 놓고 떠났다고 한다.

“이 집에서 나는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도 이곳에서 멋진 경험을 하고 떠나기를!”

그 후로 사람들은 포도주, 비누, 손수건이나 자신이 읽던 책을 선물로 두고 떠난다고 했다. 멋지고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말했더니 주인이 자랑스럽게 웃었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 선물 포장을 뜯었다. 수채화 곤돌라 그림이 그려진 손바닥 크기의 ‘포스트 잇’이었다. 나 역시 그곳을 떠나오면서 파스타 한 묶음을 놓고 왔다. 그리고 메모지에 ‘다른 사람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계속해서 감사는 박자를 맞춰 감사를 부를 것이다.


 
 
 
Forever
 
 
 


1,120 5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