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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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월요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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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0-10-18 ㅣ No.5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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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월요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 루카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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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유연성, 부드러움, 낙관주의>

 

 

    한 친절한 택시기사님의 체험담이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요즘 계속되는 플레이오프전 야구중계방송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전민동’으로 가자는 한 손님의 말씀을 거의 반대편인 ‘정림동’으로 착각하고 출발을 하셨답니다. 거의 도착하고 나서야 ‘이게 아니란 것’을 확인했던 기사님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는 정중하게 사과를 드렸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렸답니다.

 

    기사님 쪽에서 크게 굽히고 들어가니 잔뜩 화가 났던 손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짓는 그분의 얼굴을 바라보고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답니다. 기사님의 그 선한 얼굴과 몸에 밴 친절 때문에 비록 도착시간이 두 배로 걸렸으며 빙 돌아와서 미터기 요금도 많이 나왔지만 큰 마음먹고 요금을 내시더랍니다.

 

    그러나 기사님 역시 “순전히 제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까 절대로 요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하고 빨리 차를 돌려 나오셨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자마자 즉시 두 가지 좋은 일이 동시에 생기더랍니다. 조금 달리다보니 당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이 극적인 승리를 챙겼는가 하면, 조금 더 달리다보니 마음씨 좋은 장거리 손님이 승차하셔서 손해 본 요금의 몇 배나 벌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음 한번 비우니 거기서 천국이 시작된다’는 말씀은 불변의 진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쪽에서 크게 한번 물러서면 상대편 역시 크게 물러서는 것은 공식입니다. 이쪽에서 확실하게 한번 양보하면 저쪽의 양보도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루가 복음사가 축일을 맞아 선포되는 루가복음에서는 복음 선포자의 자세에 대해서 잘 가르치고 있습니다.

 

    복음 선포, 참으로 힘겹고도 어려운 과제입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나서는 신자들에게 즉시 와 닿는 것이 무엇입니까? 환영과 박수, 대대적인 결실이 절대 아닐 것입니다. 반대로 냉랭함입니다. 적개심입니다. 모멸감입니다. 문전박대입니다. 쓰라린 실패입니다.

 

    어떤 시대, 복음 선포는 죽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복음 선포가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투쟁이었는가 하면, 때로 놀림감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했습니다. 철저한 따돌림이나 집중적인 돌팔매를 자원하는 험난한 길이기도 했습니다.

 

    복음 선포자들 앞에 전개될 이런 난감한 상황을 미리 잘 예견하셨던 예수님이셨기에, 관대한 마음,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유연성, 한없는 부드러움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절대로 실망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낙관적 삶의 태도를 강조하십니다.

 

    분명히 예견되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얼마나 걱정이 크셨던지 이런 표현까지 쓰십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복음 선포에 앞서 평화의 인사를 던지는 제자들에게 소금을 뿌리는 이교인들, 제자들 머리 위에 퍼부어질 갖은 욕설과 비난을 미리 예상하셨던 예수님께서는 그 어떤 상황 앞에서도 놀라지 말 것을 당부하십니다.

 

    그 어떤 난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상황을 복음 선포의 기회로 삼으셨던 루가 복음사가의 축일에 복음 선포와 관련된 우리들의 마음자세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복음의 축복을 나누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던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더 없는 보람으로 여겼던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갖은 박해와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던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단 한 번도 복음을 부끄러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던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기쁜 소식을 듣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것을 전하는 사람들이 적음을 항상 가슴아파했던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세상은 사제들로 가득 찼었지만 주님의 밀밭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턱없이 부족했음을 안타까워했던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의 일생을 끝없이 묵상했으며 세밀하게 적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자신의 생활로 복음을 실천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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