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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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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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1-11-03 ㅣ No.68607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What man among you having a hundred sheep and losing one of them
(Lk.15.4)
 
 
 
제1독서 로마 14,7-12
복음 루카 15,1-10

오늘 날짜를 보니 11월 3일입니다. 무슨 날일까요? ‘학생의 날’입니다. 사실 제가 신학생 때에는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1929년 11월 3일의 광주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학생들에게 자율역량과 애국심을 함양시키는 날로 지정된 오늘이지요. 신학생 때에는 이 날에 각종 행사를 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학생회 일을 할 때에는, 이 날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된 후, 즉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학생의 날 행사로 인해 걱정하고 많은 노력을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는 저와 상관이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신학교를 다니고 있지도 않고 또 학생의 신분도 아닌 지금은 더 이상 이번 학생의 날에 무슨 행사를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고생할 필요도 없게 되었으니까요. 만약 제가 지금도 ‘학생의 날에 무엇을 할까?’라고 고민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많은 고민과 걱정 속에 살아갑니다. 그런데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혀 일어나지 않을 고민과 걱정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바로 현재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보다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윈스턴 처칠이 이러한 말을 했다고 하지요.

“내가 무수한 걱정거리를 안고 고민하던 중에, 문득 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이 남자는 한평생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았지만, 자신이 우려했던 대부분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죽음의 침상에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진리를 깨닫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런데 걱정과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 역시 죽음의 침상에서 후회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민과 걱정을 안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지금이라는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도 우리가 과거에 지은 죄에 억눌려 지내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통해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을 더욱 더 기쁘게 받아주신다고 말이지요. 이러한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해주시고 우리를 지켜주시는 주님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오늘 제1독서의 사도 바오로의 고백을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갈 때, 나의 모든 걱정과 고민은 말끔히 사라질 것입니다.

 

인생이 주는 최고의 상은 가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루스벨트).




함부로 판단 금지

서울신학교 4학년 때. 인천교구 독수리 5형제로 불렸지요.

제가 본당에 있을 때, 성당에 자주 오셔서 야외에 있는 성모상과 십자가를 깨끗이 닦는 자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약간 정신 이상을 보이는 분이셨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혹시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시지 않을까 싶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 역시 불안한 마음에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를 해도, 이 자매님은 더 깨끗이 닦고 때로는 꽃까지 가져와서 성모상 앞에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이분의 빈자리가 꽤 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모상과 십자가에 먼지가 많이 끼는 것이 보였고, 성모상 주위에 자주 있었던 꽃이 없으니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분이 오히려 큰일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됨을 깨닫습니다. 내가 비판하고 단죄하는 그분이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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