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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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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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3-01 ㅣ No.7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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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사순 제1주간 목요일-마태오 7장 7-12절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성령을 받으면 모든 것을 받은 것입니다>

 

 

    청원기도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정말 깊이 있게 묵상하고 그 진의(眞意)를 명확하게 파악해야만 합니다.

 

    이 예수님의 말씀을 무작정 글자 그대로 믿고 죽기 살기로 청원기도에만 전념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실망과 좌절을 맛보았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청원기도와 관련된 예수님의 권고 말씀의 정확한 의미를 제댈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떼쓰고 어거지 쓰고, 떼써봤지만 아무런 기도의 응답이나 효험도 없이 지쳐나가 떨어지곤 했습니다.

 

    그들이 아버지께 간절히 청한 것은 시시한 것, 가벼운 것, 들어주셔도 좋고 안 들어주셔도 좋은 그런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중요한 것들, 때로 살고 죽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밤잠까지 설쳐가며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간절히 매달렸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전쟁터에서 전사했습니다. 사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으며 끝까지 붙들어보려던 관계는 파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깊은 신뢰심을 갖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매달렸으며, 청하여라, 주실 것이라는 청원기도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목숨을 다해 간구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무자비하다 못해 참담했습니다.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며, 하느님이 자비와 연민의 하느님이시라며 어찌 이리 끔찍한 현실에 맞닥트리게 하시는지, 정말이지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것이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는 예수님 말씀에 대한 정확한 이해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신 의도는 사실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절대로 기적의 요술방망이를 지닌 마술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지닌 끝도 없는 이기적 욕구들을 끝없이 채워주시는 해결사도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때로 우리가 청하는 참으로 사소한 바램들도 즐겨 들어주시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그릇들 더 크게 만드시기 위해, 우리의 신앙을 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한도 끝도 없는 이기적인 기도들을 들어주시지 않으십니다.

 

    진정으로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아들이 청하는 것이 위험하고 해로운 것, 죽음으로 가는 길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청을 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간절히 청할 것은 하느님의 성령이십니다. 선물 중의 가장 큰 선물, 은총 중에 가장 큰 은총인 성령을 청할 것입니다.

 

    성령을 선물로 받은 사람은 사실 모든 것을 다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성령 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 안에 벌어지는 모든 희로애락, 흥망성쇠를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성공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실패도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건강과 젊음에 행복해하지만 언젠가 주실 병고와 죽음도 기꺼이 수용합니다.

 

    오늘 내가 진정으로 청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기도의 대상이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얼토당토않은 것, 이 지상에서 불가능한 것이라면 청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보다는 불완전한 이 지상에 완전하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해야겠습니다. 더 큰 선을 위해, 더 아름다운 세상의 건설을 위해, 더 참된 가치의 추구와 실현을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이타적인 삶, 좀 더 내어주는 삶, 좀 더 인내하며 함께 가는 삶을 살도록 청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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