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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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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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3-23 ㅣ No.7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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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 요한 7,1-2.10.25-30


 

“그들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그분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

 

<세상이 아무리 악해도>

 

 

    누군가가 이유도 없이 노골적인 적개심을 품고 내 목숨을 해치려 할 때 가까스로 피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작정해서 나를 폄하하고 나를 음해하고 나를 못살게 군 끔찍한 경험이 있는지요?

 

    그럴 경우 통상 즉시 나타나는 우리의 반응은 어떠한 것입니까? 대체로 동태복수법에 따라 처신하든지 아니면 더 센 반응을 나타냅니다. 그것은 내가 살기 위해, 내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겠지요.

 

    공생활 기간 내내 예수님께서는 지속적인 생명의 위협 상태에 놓이셨습니다. 유다 지도층 인사들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내세우다 보니, 특히 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안식일 규정이나 정결예식 등을 예수님께서 보란 듯이 파기하다보니 예수님께서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적대관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노기등등하던지, 얼마나 살기가 번득이든지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셨습니다. 이런 연유로 예수님께서는 유다 지방보다는 위험부담이 조금은 덜한 갈릴래아 지방에서 더 많이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살기등등한 유다 지도층 인사들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매일 수시로 죽음의 위협을 겪으면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시기 위해,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부여하신 인류 구원 사업의 완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이윽고 유다인들의 초막절이 다가왔습니다. 유다 지도층 인사들의 예수님을 향한 살의(殺意)는 더해갔고, 더 이상 드러내놓고 다니기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초막절은 당시 유다인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가야 하는 세 명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명절은 오늘날 추수감사제 비슷했습니다. 그해 수확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동시에 이집트를 빠져나온 히브리인들이 사막을 횡단하면서 보낸 오랜 체류 기간을 기념하는 축제였습니다.

 

    일주일간 지속된 이 명절기간에 유다인들은 초막 안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남자들은 매일 아침 봉헌제사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제물을 바치며 사람들은 하느님께 풍부한 비를 내려주실 것을 청했습니다.

 

    저명한 성경학자 플라비우스 요셉푸스에 따르면 유다 사회 안에서 이 명절은 1년 중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명절이었습니다.

 

    이런 중요한 명절이었기에 예수님께서도 축제를 지내기 위해 조용히, 그리고 남몰래 예루살렘 입성을 시도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알아본 사람들은 또 난리들입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떠벌이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을 향한 유다 지도층 인사들의 끝도 없는 불신,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함, 도를 넘어선 적개심 앞에 예수님께서 느끼셨을 비애와 배신감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집니다.

 

    예수님 당신은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완고한 마음을 돌려보려고,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죽음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 돌아서게 하려고 외치고 또 외쳐보지만 끝까지 귀를 굳게 막은 그들은 절대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담하지 않고, 단 한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정말 대단해보입니다. 우리 인간들의 그 숱한 배신과 사악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눈물겨워 보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해도,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당신을 핍박해도 개의치 않습니다. 더 큰 선, 더 큰 희망, 더 큰 사랑을 위해 꿋꿋이 그리고 당당히 뚜벅뚜벅 당신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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