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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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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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6-29 ㅣ No.7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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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 마태오 16,13-19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찬란한 기쁨의 시간, 인생의 오후 4시>


    독일 남부 한 시골 성당에는 이런 기도문이 새겨져 있답니다.


    “천주의 성모님, 감사합니다. 당신께서 18년 동안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고 오히려 저에게 많은 시련과 실망을 통해서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오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대축일입니다. 두 사람 역시 오랜 세월 거듭되는 시련과 절망 속에서도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렸던 주님의 사도였습니다.


    두 분은 다른 무엇에 앞서 예수님을 향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충만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충실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과의 약속에 성실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수시로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주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늘 남보다 먼저 일어섰습니다. 남보다 더 많이 희생했습니다. 남보다 더 많이 인내했습니다.


    오랜 단련 끝에 온전히 주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 바오로 사도는 나중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느님 사업을 위해 고통 받는 것은 곧 은총입니다.”


    두 분의 인생역정을 묵상할 때 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그분들의 생애는 예수님으로 인해 참으로 큰 고난으로 점철된 생애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수님으로 인해 정녕 행복했던 생애였습니다.


    두 분의 생애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물론 인생의 전반전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만 살아왔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리도 팍팍했습니다. 그리도 힘겨웠습니다.


    그러나 은혜롭게도 두 분은 인생의 하프타임 때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분과의 만남으로 인한 고통과 상흔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생의 전반전 동안 열심히 쌓아왔던 그 소중했던 삶의 기반들을 모조리 허물어트려야 했습니다. 출가를 위해 사랑했던 가족들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오해와 손가락질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이 출발하기까지는 반드시 영혼의 어둔 밤이 필수입니다.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이 캄캄해진 후에야 비로소 필요했던 새 인생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 인생에 있어 먹구름은 필요한 것입니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도 서볼 필요가 있습니다.


    축구시합의 승리를 위해 전반전도 중요하지만 후반전은 더욱 중요합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인간의 지혜를 던져버리고 하느님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나 혼자 외롭게 길을 걷는 시기가 아니라 아버지와 손잡고 걸어가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인생의 후반전은 내 안에 더 이상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사시는 기간입니다.


    오후 4시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엔 늦고 집에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입니다. 인생의 오후 4시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하고 어정쩡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시간입니다. 곡절 많고 쓸쓸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오후 역시 소중합니다. 한 칼럼니스트는 ‘인생의 오후’가 찬란한 기쁨의 시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후는 아침이 꿈에도 그려보지 못한 일들을 안다’는 스웨덴 속담도 있습니다.


    이 소중한 보너스 시간을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처럼 ‘주님의 시간’으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 한 인터넷 프로그램에 몇 가지 요구사항을 입력했습니다. 생년월일이나 질병유무, 흡연이나 음주 유무, 주중 운동 횟수... 그랬더니 남아있는 수명을 계산해주더군요. 그때는 ‘아직 많이 남았구나!’ 하는 생각에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 가만히 따져보니 그리 많이 남지도 않았습니다.


    계산해보니 대충 1/3정도가 남은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간 첫 1/3때는 저밖에 몰랐습니다. 저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다른 사람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주님이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 맞이한 1/3, 때로 하느님을 위해 살기도 했습니다. 때로 이웃을 위해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을 극복하는데 사용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 보니 답이 나오는군요. 앞으로 남은 1/3은 오직 주님만을 위한 날들이어야 한다는 답 말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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