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9월 4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스크랩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9-04 ㅣ No.75318

?

9월 4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루카 4장 31-37절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축복의 언어>

 

 

    언젠가 복음서를 교재로 정말 재미있는 작업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복음서 안에서 예수님께서 직접 선포하신 말씀만 따로 뽑아서 유형별로 분석하는 일이었습니다.

 

    복음서 안에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더군요. 복음사가가 전개하는 설명과 해설이 주류를 이룹니다. 때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제자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환자들, 나병환자들, 죽어가는 사람들, 악령 들린 사람들의 외침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복음서의 핵심이자 백미는 예수님 입에서 직접 선포되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은 때로 금실 같기도 하고, 때로 주옥같기도 하는가 하면 때로 천둥과 벼락같기도 합니다.

 

    예수님 말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말씀 선포의 대상에 따라 다양한 색조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씀은 그 가르침이 너무나 쉽고 간결하고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당대 서민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비유를 통한 가르침이 그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때로 비수 혹은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해, 아무리 잡아끌어도 하느님 쪽으로 돌아서지 않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향해 외치는 예수님의 말씀은 거의 독설 수준입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가난한 백성들, 고질병 환자들, 아무리 노력해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죄인들, 악령 들린 사람들,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간 가련한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을 보십시오.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한지,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을 주는지, 결국 예수님의 그 말씀으로 인해 그들은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예수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은 이렇게 생명력, 에너지로 가득 찬 말씀이었습니다. 말씀에 얼마나 힘이 있던지 말씀이 곧 생명이요, 말씀이 곧 구원이었습니다.

 

    이런 예수님 말씀의 배경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권위였습니다. 그 권위는 아래로부터 온 권위가 아니라 위로부터 온 권위, 세상의 권위가 아니라 영적인 권위, 사람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고, 죽이는 권위가 아니라 사람을 일으키는 권위, 행복하게 해주는 권위, 결국 살리는 권위였습니다.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의 권위와는 철저하게도 다른 하느님의 권위가 예수님의 입과 말씀과 존재에 주어졌기에 악령조차도, 적대자들조차도 그 권위 앞에 꼼짝 못하고 물러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겠습니다. 이웃에게 심각한 상처와 고통을 안기는 말은 아닌지, 이웃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말은 아닌지, 그래서 병으로 죽음으로 몰고 가는 말은 아닌지...

 

    이웃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언어, 지루한 일상에 청량제 역할을 하는 언어, 또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서게 만들어주는 언어, 하느님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의 언어는 우리의 매순간을 축복의 삶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1,09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