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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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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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1-07 ㅣ No.117389

지난 1231일에 모 방송국에서 2017년을 빛낸 영웅이라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정치인, 재벌, 과학자, 교수, 종교인, 연예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사람들을 영웅으로 보도하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하였을까요?

화재의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함께 추락한 소방대원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부상의 후유증이 남아있지만 화재의 현장에 기꺼이 달려가는 소방대원이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칼을 휘두르면서 사람들을 위협한 남자를 제압하려다고 부상을 당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부상이 커서 장애 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똑 같은 일을 하겠다는 그 남자도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불이 난 현장에서 90대의 할머니를 구했던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위험을 무릅쓰고 행하였던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길에 쓰러진 할머니를 위해서 기꺼이 롱패딩을 벗어 주었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한 학생들이 우리들의 영웅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별은 능력, 재력,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며, 그런 고민을 성실하게 삶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별입니다. 지금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결국 그 일을 꼭 했어야만 했다며 자신을 추스르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별입니다.

 

저도 세상을 밝게 비추는 우리들의 영웅을 본적이 있습니다.

비가 엄청 내리는 여름날이었습니다. 한 형제님은 성당에 와서 열린 문을 모두 닫았습니다. 하수구에 쌓인 오물을 모두 걷어내고,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하였던 그 형제님은 영웅이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학비를 도와주던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추석과 설날에는 독거노인들을 위해서 떡을 나누어드린 형제님은 영웅이었습니다. 성당 청소, 점심 준비와 같이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함께 하였던 자매님은 영웅이었습니다.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예비자들을 성당으로 초대했던 어르신도 영웅이었습니다. 집에는 늘 기도초가 켜져 있었고, 손에는 묵주가 떠나지 않았으며, 미사 시작 1시간 전에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셨던 어르신도 영웅이었습니다. 그런 영웅들이 있었기에 본당의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축복을 주셨고, 힘든 일들을 풀어갈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제 방과 사무실에는 3년간의 일정표가 있습니다. 2년 동안 있었던 일정표와 앞으로의 일정을 기록할 일정표입니다. 일정표를 보면서 과연 나는 일어나 비추었는지, 주님의 일을 하면서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돌아봅니다.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가진 것을 나누기보다는 제가 원하는 일,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많이 하였습니다. 새해에는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2019년이 시작될 때에 저의 일정표를 보고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멀리 동방에서 별을 따라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온 세 명의 박사이야기입니다. 멜키올과 발다살 그리고 가스발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먼 길을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인도해준 을 따라 왔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공, 명예, 권력, 부와 건강이라는 별을 따라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별은 참된 진리의 별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고, 남을 속이게 되고, 분쟁과 갈등으로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별은 무엇이어야 할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말씀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요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드릴 선물은 무엇이어야 하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드려야 하는 첫 번째 선물은 희생이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인내였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어떤 처지에서든지감사하는 마음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최민순 신부님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여! 오늘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서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 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주와 함께 가도록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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