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오늘 성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스크랩 인쇄

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5-08-09 ㅣ No.98530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 성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복음 6장 51절)는 예수님의 한 말씀을 화두로 삼고 하루 종일 곰곰이 묵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오늘 우리 사회 전반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물론 저 자신과 우리 공동체에 대한 성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너무 비관적인 시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배적인 논리는 ‘세상에 생명’을 주기보다는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천박한 경제지상주의에 기초한 부의 극단적 불균등은 이 시대 수많은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생토록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미처 노후준비에 여력이 없었던 수많은 노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 그리고 저 출산 풍조는 갓난아기들의 반가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만들고 그래서 이 세상에서 새 생명이 주는 생기와 그로 인한 기쁨을 거두어가고 있습니다. 성공지상주의, 극단적 자기중심주의와 떼놓을 수 없는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 땅의 새싹들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죽음의 문화가 이 땅 위에 팽배해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만이라도 이러한 시대의 징표를 읽고자 노력해야겠습니다. 병들고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는 치료제로서의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표현대로 ‘야전병원’같은 교회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 고통 속에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디에 누워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살펴봐야겠습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 교회에 주어지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체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더 자주 자주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성체는 그리스도인들을 움직이도록 재촉합니다. 성체는 우리들에게 세상의 끝, 변방으로 나아가도록 다그칩니다. 아무런 희망이나 가능성, 기쁨이나 사랑이 없는 그곳에 가서 그래도 삶은 살만할 가치가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기를 요청합니다. 나도 부족하지만 나누기를, 나도 힘들지만 더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기를 당부합니다.


 

매일 예수님께서 주시는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아주 막중한 임무 하나가 주어지는군요. 성체를 우리 안에 모신 우리는 그로 인해 ‘그리스도화’ ‘하느님화’ ‘성화(聖化)’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성체를 모신 우리는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가 되어 죽음의 문화에 물든 이 세상에 구원과 생명의 기쁜 소식을 외쳐야겠습니다.


 

성체를 모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신 기쁨에만 도취되어 있다면, 그래서 계속 평화롭고 감미로운 신앙생활만 추구한다면, 그래서 무수한 이 사회 약자들의 절규를 외면한다면 결코 참되고 완결된 성체를 영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생명의 빵인 성체를 모신 우리는 이 사회를 주도하는 죽음의 문화에 맞서야겠습니다. 미사의 은혜를 맛본 우리는 은연중에 젖어든 소비향락주의, 경제지상주의과 결연히 투쟁해야겠습니다. 매일의 성체로 힘을 얻은 우리가 할 일은 돈에 함몰된 이 세상 앞에서 돈이 다가 아님을 외치는 일입니다. 없이 살아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줘야겠습니다.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대상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습니다.


 

유다인들처럼 더 이상 ‘수군거리지’ 말아야겠습니다. 별것도 아닌 부차적이고 비본질적인 것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도 말아야겠습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나란 존재가 이 세상에, 우리 공동체 안에, 내 가족 안에 생명과 위로의 성체로 다가설 수 있겠는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1,269 3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