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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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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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5-11-02 ㅣ No.100189

오늘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오늘 지는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름을 아는 것처럼, 세상을 떠난 이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존재하듯이,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는 우주 밖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형체와 내용은 변하지만 기억과 사랑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우주라는 배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용산 성당으로 가려고 합니다. 용산 성당에는 성직자 묘지가 있습니다. 저는 22년 전에 용산 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제게는 기쁨과 아픔의 추억이 깃든 성당입니다. 청년들과 함께 꿈을 펼쳤던 것은 기쁨입니다. 본당 신부님과 성당 마당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재개발로 신축된 아파트에 입주하는 신자 가정을 방문하던 때도 기억납니다. 휴가 때는 본당 청년들과 어울려 자동차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신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한잔 하는 것을 즐겨하던 저는 조금 지나치게 음주를 하였습니다. 주교님께서 용산 성당을 마치면 외국으로 가서 지낼 것을 말씀하신 후에는 자중하고, 면학에 열중했어야 했는데, 송별식을 한다는 이유로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곤 했습니다. 급기야 주교님께서는 저를 부르셨고, 금주를 명하셨습니다. 저는 주교님과 면담을 한 후에 성당으로 돌아오면서 원망과 분노가 있었습니다. 저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돌아와 묵상을 하면서 성경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인 욥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욥 성인은 진실한 삶을 살았고,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욥 성인은 많은 고난과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욥 성인은 그럼에도 이웃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께서 다 알고 계시니, 언젠가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저는 욥기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원망과 분노를 모두 버릴 수 있었습니다. 욥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렸습니다. 저는 저의 부덕과 실수로 어려움을 겪었으니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뒤로 좋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10시 이후에는 술자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10잔을 마실 수 있으면 5잔만 마시도록 하였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고, 매일 아침 묵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강론 중에 함께 나누었습니다. 인터넷에 묵상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계실 주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교님의 견책이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천 상병 시인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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