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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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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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순 [soona610] 쪽지 캡슐

2010-02-03 ㅣ No.119

 

 오랜 세월 투병생활을 하고 계신 대모님께서 며느리를 통해 연락을 주셨습니다. 내일 꼭 좀 와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매주 금요일 금육한  돈을 일 년간 모아 가지고 나오는 글라라 자매를, 불우한 청소년들을 돌보시는 신부님과 만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방을 들어서니 폐질환을 앓고 계신 대모님께서 가픈 호흡으로 나를 부르신 이유를 설명하셨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감사예물을 약속하고 봉헌하지 못한 게 이제 생각났다며, 이자까지 붙인 두툼한 봉투를 내놓으셨습니다. 수고스럽지만 심부름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새벽에 꾼 그 꿈이 섬광처럼 스쳐갔습니다. 그 부인이 가슴에 품었던 선물이 바로 이 예물과, 일 년간 금육한 돈을 모아 하느님께 바치는 또 한 자매의 예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천이었습니다. 엔틱가구 2인용 소파에 진남색 벨벳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부인의 옆에는 시중을 드는 천사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꿈에서 어렴풋이 그 부인은 성모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땅을 내려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중  한사람이 그 귀부인을 향해 선물을 위로 힘껏 던졌습니다. 그 때 옆의 천사가 잽싸게 그 선물을 받아 귀부인에게 드렸습니다. 부인은 선물을 살피더니 옆에 있는 내게 넘기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이 힘껏 무언가를 던졌는데 그것역시 받아 살피더니 내게  그걸 또 넘기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천사에게 받아 선물을 펴보던 부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 선물은 가슴에 안으셨습니다. 자신이 갖겠다는 뜻인 것 같았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그 귀부인에게 몇 사람만이 자신들이 마련한 선물을 올렸으나, 그 중에서도 부인을 흡족하게 했던 선물은 단 하나 마지막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 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투병 중에도 대모님은 기도와 책을 놓지 않으셨던 분이셨습니다.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를 읽으라고 권하셨습니다. 이렇게 감명 깊은 책은 다시 읽을 수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미리 가실 것을 예감하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대모님의 장례미사를 마치고 서서히 사라지는 영구차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가슴에 묵주를 올려놓고 손을 휘저으시며 "엄마" "아버지"를 부르시다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 같이 맑은 영혼으로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으셨던 대모님은 성모어머니를 "엄마" 라고 부르시며 그분을 따라 가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를 자신보다 더 사랑하셨던 분이었습니다. 병상에서도 신자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셨던 분입니다. 나에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가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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