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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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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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8-17 ㅣ No.149107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어떤 느낌이신지요? 예전에 신학교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함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Laudate Dominum!(주님을 찬미합니다.) Deo Gratias!(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도 아침에 일어나면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합니다. 물론 몸이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과음을 한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4시면 일어납니다. 며칠 전에는 345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4시까지는 15분이 남았습니다. 15분이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학교에서 15분이면 묵주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 715분에 묵주기도를 시작하였고, 730분이면 성당으로 들어가서 저녁기도를 함께 하였습니다. 요즘은 묵주기도 하는데 30분 정도 걸립니다. 15분이면 주일미사 강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10분 정도 하지만 15분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선배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짧은 강론은 마음을 움직이지만, 긴 강론은 몸을 움직이게 합니다.” 잘 준비된 강론은 15분이면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세바시는 프로그램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15분이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십니까? 복잡한 도심, 한 번 놓친 버스를 다시 기다리느라 15분을 보낼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출출한 늦은 밤에 라면을 하나 끓여먹는 시간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15분은 빈둥거리며 잡지를 뒤적이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 여러분이 가장 소중하고 보람 있게 15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바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15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에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불평과 불만을 채우는 시간이라면, 남을 험담하고 비난하는 시간이라면, 욕심과 욕망을 채우는 시간이라면 15년이 아니라 150년이 있어도 하느님께 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15분이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하느님께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 가는 것은 시간이 길이가 아닙니다. 하느님께 가는 것은 시간의 의미입니다.

 

15분이면 지하철역에서 시를 한편 읽을 수 있는 시간으로도 충분합니다. 간발의 차이로 지하철이 떠났을 때입니다. 스크린 도어에 제게 감동을 주는 시가 있었습니다. 제목은 늦었다고 원망하지 마라.’였습니다. ‘늦었다고 원망하지 말라. 그래야 하늘을 보고,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춤추는 꽃을 볼 수 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는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짧은 시였지만 지하철을 놓친 것이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을 내서 스크린 도어에 있던 시를 읽곤 했습니다. 지하철은 곧 다시 오지만 시를 다시 만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때 제게 감동을 주었던 시가 더 있었습니다. ‘꽃잎과 낙엽, 녹차, 가고 오지 않는 사람입니다. 15분이면 부모님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습니다. 15분이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15분이면 성무일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오늘 입당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보소서, 저희 방패이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얼굴을 굽어보소서.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시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마치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의 시간은 자비와 연민의 시간입니다. 하느님의 시간은 절대평가입니다. 인간의 시간은 성과와 능력의 시간입니다. 인간의 시간은 상대평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집에는 머물 곳이 많습니다. 그러니 힘들고 수고하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오십시오. 나의 멍에는 편하고, 나의 짐은 가볍습니다.” 오늘 하루 시간의 길이를 생각하기 보다는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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