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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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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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07-09 ㅣ No.2546

마태오 9, 32-38

 

<목자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군중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드신 예수님>

 

저에게는 두살 터울의 형이 한명 있는데, 말이 별로 없고 무뚝뚝하지만 참으로 인정이 많은 형입니다.

 

제 형은 오랫동안 건축 현장에서 일해왔는데, 어느 겨울의 일이었습니다.

 

현장 소장이었던 관계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공사 현장에 도착한 형이 여기저기 점검을 하기 위해 한바퀴 둘러보던 때였습니다.

 

모래더미 옆을 지나가던 형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누군가가 모래를 파헤친 흔적이 눈에 띄였습니다.

 

그래서 모래를 약간 파헤쳐보니 하얀 털이 조금 보였고, 호기심이 생긴 형이 모래를 좀더 팠을 때, 거기에는 추위에 꽁꽁 얼어죽은 털복숭이 강아지가 한마리 들어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재수가 없군!"하면서 강아지를 집어들어 땅에 파묻어주려고 들고가던 형은 강아지 몸에서 약간의 온기를 느꼈다고 합니다.

 

저같았으면 그 상황에서 "야! 이거 작지만 끓이면 한냄비는 나오겠는데!" 하고 입맛부터 다셨을텐데, 인정이 많은 형은 즉시 그 강아지를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다 죽어가던 강아지를 차에 태워 집으로 옮겨가던 제 형은 운전 중에 형수에게 핸드폰을 쳤습니다. 그리고 형수에게 따뜻한 물을 빨리 준비해놓으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형은 형수와 조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위에 꽁꽁 얼어붙어있던 강아지를 따뜻한 물에 넣어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그러기를 약 한시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죽은것 같았던 그 강아지는 기적과도 같이 겨우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날부터 형네 식구는 일주일 이상을 그 강아지 살리기 운동에 매달렸습니다.

 

얼마뒤 제가 형집을 찾았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때 휴지조각처럼 버려져 죽어가던 모습은 어딜 가고 거기에는 하얀 털에 초롱초롱한 예쁜 눈을 가진 강아지 한마리가 형네 식구가 되어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는 그해 겨울에 있었던 그 강아지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목자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백성들을 측은히 보시고 병자를 치유시키시며 마귀도 쫒아내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기간 동안 자주 당신의 능력을 발휘하시는데, 그분의 능력은 인간을 단죄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능력이 아니라 인간을 살리고 구원하는데 쓰였던 능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치유와 구마, 기적의 능력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도 우리 가련한 인간을 향한 극진한 자비와 사랑, 우리의 불행에 대한 깊은 연민과 구원의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그분은 당신의 능력으로 암흑과 절망 그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구하십니다.

 

우리는 자주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우리가 능력있고 대단한 존재로 여기지만 어쩌면 우리는 위에 소개해드린 강아지와도 같은 처지입니다.

 

우리는 자주 알게 모르게 그 강아지처럼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여집니다. 예수님 그분은 비참하게 죽을 운명에 놓여있던 우리를 발견하셔서 당신의 놀라운 은총으로 건져내 주시고 보살펴 주시며 다시금 생명을 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이런 우리의 나약함을 깨닫는 일입니다. 우리 인간 존재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그래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의지할 곳은 그 누구도 아닌 하느님 그분이란 것을 깨닫고, 그분 품안에 머무는 행위 그것이 바로 회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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