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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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리고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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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남현 [kwic] 쪽지 캡슐

2004-04-29 ㅣ No.6958

부활 제 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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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 다." (요한 6, 55 - 57)  

 

 

[할머니 그리고 복권]

 

요즘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합니다. 부평에서 잠실까지 가야 하니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하루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파김치가 됩니다. 어쩌면 전철 타는 사람들과 씨름이라도 한판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제는 시청 근처에 일이 있어 외출을 했는데 역시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대낮이라 한가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앉아 있는데 시각 장애인이 음악을 틀어 놓으면서 저쪽 통로에서부터 오는 것이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칠십 정도 되었을 나이에 하얀 지팡이를 겨우 짚으면서, 가까이 보니 조그만 바구니에는 몇 개의 동전만이 있었는데 더 작게만 보였습니다.  

 

전철타기 전에 신문을 사고 남은 잔돈이 천원이 있었던터라 주머니에서 꺼내어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나눔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면서요.

 

그이후로 몇 정거장을 지났을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더 힘들 게 보이는 장애인, 더 남루하고 걷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할머님이 ’한푼만 도와주세요’ 하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내가 앉은 자리까지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한참동안이나 망설였습니다. 천원밖에 없는 잔돈 천원은 조금전에 그 할아버지께 드렸기에 이걸 어쩐담..지갑에는 만원짜리밖에 없는데 "이것을 낼까 말까" 생각을 하는데 그 사이 그 할머니는 내 앞을 지나쳐 버렸습니다. 저만치 가고 있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더욱 더 가련하게 보이고 입고 있던 옷은 더욱 더 처량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시청앞에서 내려 업무를 보고 나서 지나가다 보니 일층이 복권을 파는 가게가 눈에 띄여서 만원어치 복권을 샀습니다. 아무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산 것입니다. 더불어 토스트 하나에 음료까지 배불리 먹었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을 내 자신에게 주셨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주시고 계십니다. 그렇게 해서 당신과 하나가 되게 해 주셨습니다.  

 

나보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관심과 배려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 보니 어제의 내 삶이 어찌나 부끄러운지 말씀안에 계신 예수님을 뵐 면목이 없어집니다.

 

복권을 살 때는 아무 아깝지 않은 돈 만원이 그 할머니를 드려야 하는 순간에는 여럿을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영혼이 불쌍하게 보이는 시간입니다.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 말뿐인 외침만 하고 있지 않은지...어제 제게 할머니로 오신 예수님께 사죄를 드립니다./작전동 천주교회 마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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