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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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화를 내신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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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의 [leejeano] 쪽지 캡슐

2004-11-22 ㅣ No.8521

2004년11월22일 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ㅡ요한 묵시록 14,1-3.4ㄴ-5;루가21,1-4ㅡ

 

               화를 내신이유

                                      이순의

 

 

머그잔 크기로 하얀색컵을 세 개를 샀다. 그리고 어머니가 오셔서 차를 타 드리면서 자랑삼아 한 개에 1500원씩 주고 세개를 샀다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이런걸 1500원씩이나 주고 샀다고 다짜고짜 역정부터 내셨다. 갑자기 발생한 순간이라 말문이 막혀서 어머니를 처다 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어머니 컵 하나에 몇 만원도 더 하는 것도 많아요. 지난 번에 손님이 오셨는데 프라스틱 컵을 내 놓기도 그렇고 짝 없이 반찬 접시에 내 놓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알테기 쬐끔 나간거 아깝다고 쓰는 걸 내 놓기도 그렇드라구요. 그래서 싸고 색이 하얀색이라 세 개만 샀어요. 요즘 저 처럼 살림하는 며느리 없어요."

 

마음이 몹시 얹짢았다. 그냥 헌 컵에다 차를 타 드릴걸 공연히 새 컵에 차를 타 드렸다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 딴에는 새 컵을 샀으니 어머니께 먼저 보기 좋은 컵에 차를 타 드린 것인데 어머니는 돈 지랄한 며느리쯤으로 보이셨음이 분명하다. 어머니께서도 순간적으로 뱉어버린 말씀이셨다. 저러시니까 드리는 생활비도 쓰시지 않고 신경을 따로 쓰게 하신다는 야속함이 밀려 왔다. 어머니는 노인정에도 몇 번 가시더니 그만 두셨다. 몇 만원도 되지 않는 월회비를 내고 싶지 않아서 발걸음을 끊으셨다. 내가 드린다고 해도 싫다고 거절하셨다. 성당의 노인대학도 다니시고 세례도 하시라고 권해 보았다.

 

노인대학도 학비가 있다고 이미 누군가에게 들으신 뒤였다. 한 학기에 2만원 뿐이니까 드린다고 다녀보시라고 했다. 거절하셨다. 그런 돈이 있으면 주셨으면 하는게 어머니의 솔직한 심정이시다. 물론 헌금을 내면서 성당을 다닌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시댁 식구들의 관점이다. 시동생은 노골적으로 그런 표현을 한다. 교회도 돈 벌어 먹을려고 짓어 놓는다고. 헌금 낼 돈 있으면 고기 사 먹는다고. 그럴때 담배 피는 사람들이 담배 끊으면 그 돈 모아서 재벌 되느냐고 뱉어 주고 싶었지만 그 가치에대하여 무지한 사람들과 말을 해 보았자니까 내버려 둔다. 그래서 너희는 교회다 헌금 안해서 재벌이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것도 내버려 둔다.

 

어머니의 관점도 다르지 않다. 그런 어머니나 시댁 식구들이 오늘의 복음을 듣는다면 착취한 예수쯤으로 보이려는지 모르겠다. 보는 관점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신도 주일에 이어 2차 헌금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의 주일 헌금은 용돈에서 해결하게 하지 않고 꼭 주어서 보낸다. 혹시 용돈에 포함을 시키면 주님의 몫을 떼 먹을 염려가 있는 이유도 있지만 친정 아버지께서 당신은 성당에 가시지 않아도 주일 아침이면 꼭 헌금을 챙겨주시며 성당에 가라고 재촉을 하셨기 때문이다. 아들의 주일 미사는 9시 학생미사다. 그래서 혼자 간다.

 

나는 11시 교중미사를 가서야 주보를 보며 2차 헌금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낮 점심을 먹으며 2차 헌금을 했는지 물어 보았다. "네!" 라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당연히 용돈에서 충당한 줄 알고 채워주려고 했더니 거절을 한다. 이유는 3000원에서 2000원은 헌금으로 1000원은 2차 헌금으로 갈라서 냈다는 것이다. "미친놈!" 하고 단번에 거친 말이 튀어 나갔다. 모두들 마찬가지이겠지만 자식에게 지출해주는 내용에 대하여 부모네 들은 둔감하다. 그러나 헌금에는 각별한 관심을 쏟지 못 한다. 나는 내 아이에게 너가 쓰는 돈이 우리집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초등학생때는 1000원 중학생 때는 2000원 고등학생 때는 3000원 대학생 때는 5000원은 헌금을 해야 한다고 말뚝을 박아 두었다.

 

그런데 2차 헌금을 해야하는데 3000원을 쪼개서 했다는 것이다. 이놈아! 너가 쓰는 돈이 얼마인데 주님의 몫을 떼 먹어 이 미친놈아! 너가 밥만 먹다가 외식도 하고 피자도 사 먹는 것 처럼 예수님도 가끔은 외식도 하고 피자도 사 드시는게 2차 헌금이야. 그것을 쪼개면 외식을 주문해 놓고 식당을 나오시라는 얘기냐? 배달 된 피자를 돈 없으니 도로 보내시라는 얘기냐? 이 놈아! 예수님 체면이 뭐가 되냐 이놈아! 라고 역정을 냈다. 너가 쓰는 돈을 생각해 보고 행동을 해야 하지 않냐? 고 호되게 꾸지람을 했다. 문제는 몇 만원짜리 피자는 기쁘게 사 주는 엄마들도 작은 헌금에는 인색할 경우가 많다는 것과, 초등학생 아이스 크림값은 쉽게 천원짜리를 주면서 헌금은 500원짜리 동전을 챙겨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는 것과,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주간 내내 지불하는 소주값은 계산도 잘 하면서 헌금은 달랑 1000원 한 장 들고 가서 떳떳하다는 것이다.<물론 빈민자는 예외입니다.>

 

과부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모든 것을 헌금 하였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동전의 비유만은 아닐 것이다. 부자들은 걸어다니는 폼새부터 다르다. 자신감과 든든한 뱃심은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몸에서 난다.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입성부터 다르며 초라한 마음과 외소한 행동거지가 또 몸에서 우러난다. 랍비들이 대우를 받던 시절에 가난한 그 여인이 성전에 헌금을 하러 가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 했을 것이다. 그것은 믿음의 결과임에 분명하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만 거두지 않으신 것이다. 그 믿음의 모든 것을 거두어 주신 것이다.

 

어머니께서 1500원씩이나 주고 컵을 샀다고 역정을 내신 후로 집에 가셔서 생각을 해 보셨나보다. 다음에 오셨을 때 나는 헌 컵에 차를 타 드리려다가 다시 그 새 컵에 차를 타 드렸다. 그런데 없는 언사를 동원하시고 계셨다. 나는 이렇게 그림없는 깨끗한 컵이 좋더라고 하시며 어울리지도 않는 어색한 표현을 늘어 놓으셨다. 그리고 폐지를 실어다 드리며 헨들카로 가득 주은 폐지가 1500원어치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발품을 팔고 부치는 노동품을 팔아서 1500원을 받기 때문에 가치 기준이 1500원으로 굳어가시는 것이다. 당연히 헌금하는 1000원의 가치는 아까운 몫으로 추락한다. 성당에를 못 가시고 노인정을 못 가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사고를 며느리인 내가 열어 드린다고 해서 열어질 사고가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에서 과부의 마음이 얼마나 크게 열려야 가능한 믿음인지는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머니께서 화를 내신 이유가 짐작이 되었을 때는 그냥 그대로 살으시게 두는 것이 편하게 해 드리는 거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머니의 굽은 가치는 어머니께서 일생을 살아오신 방법이므로 내가 펴 드린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의 바램이 있다면 임종 직전에라도 며느리인 내 손으로 대세를 드리고 싶다. 당신 살아오신 방법대로 살으시게 그냥 편케 해 드리지만 마지막 날에 영혼은 과부와 같은 믿음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평생을 불쌍히 살으셨으니 죽기 직전에라도 세례를 통해 하늘로 직행 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어머니의 명운을 어찌 내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대물림하여 가난한 어머니의 아들인 짝궁과 살아 가면서 나는 굽어지지 않는 용기를 가다듬어야 했다. 

"아버지! 나의 헌금은 짝궁의 노고이오니 나를 보시지 말으시고 짝궁을 보아주소서. 그 상급의 결과로 주실 것이 있으시다면 짝궁에게 복을 주소서. 아직 쌓아야할 공로가 부족하다면 저의 믿음이 변치 않고 주님께 항구 하게 해 주소서. 항구한 은덕의 보상으로 제 자식을 아버지의 뜻 가운데 드리나이다. 이루심이 항상 주님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나이다. ㅡ아멘ㅡ 

 

물질이 가난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물질이 가난하면 마음도 가난해 지는 것이 생활이다. 신앙은 그런 생활을 이겨내는 것이다. ←(  여기 외웁시다.히~~!)

 

ㅡ이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 루가21,4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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