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사랑의 실체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03-03 ㅣ No.9759

 

3월 4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마르코 12장 28-34절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사랑의 실체>


축구시합 하러 운동장으로 올라가기 전 인원점검을 하고 있던 때의 일이었습니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아이, 삐딱선을 좀 탈 것처럼 생긴 아이, 곰처럼 덩치가 큰 아이가 바로 제 앞에 서 있길래,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사랑이 가득담긴 따뜻한 손길’로 아이의 뒤통수를 한 대 살짝 ‘딱’ 때렸습니다. 어쩌나 보게.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쌍심지를 켠 아이는 콧김을 풀풀 내면서 제게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때려요? 재수 없게!”


그 순간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냥, 네가 좋아서! 잘 지내냐?” 그랬더니 아이는 한 순간에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몸살 났다더니 이제 괜찮아요?”


저보다 훨씬 키가 큰 또 다른 한 아이가 제 팔을 잡아당기면서 그랬습니다. “아, 신부님, 제발 좀 아프지 말아요!”


정말 사랑스런 아이들입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그렇게 예쁜 말들만 골라 합니다. 투박하지만 아이들이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부터 저희는 그야말로 생명의 에너지를 부여받습니다.


때로 우리가 주고받는 말 한마디가 살상용 무기보다 더 위험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건네는 격려와 위로의 말 한마디, 그 자체가 다름 아닌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자주 체험하며 삽니다. 사랑은 그렇게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닌가 봅니다.


요즘 계속되는 복음의 주제가 ‘사랑’이군요. 요즘 사랑의 실체, 사랑의 본모습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봅니다.


분명히 뭔가 대단한 것, 특별한 그 무엇, 눈길을 확 끄는 그런 것이 아님이 틀림없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한 순간 확 불타올랐다가 유성처럼 즉시 사라지는 그 무엇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 생활 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그 무엇임을 저는 믿습니다. 1년에 한번 있는 이벤트성이기보다는 삶 가운데 매일 지속적으로 실천되는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마음 깊숙이 머물러있는 그 무엇, 머릿속에만 박혀있는 그 무엇, 말로서 이루어지는 그 무엇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 안에서 가시화되는 그 무엇이리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은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위해 즉시 움직입니다. 상대방을 향해 구체적인 배려를 시작합니다. 상대방을 기쁘게 만들어주기 위해 부지런히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각별한 이벤트를 만듭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깁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자신을 온전히 바칩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자신을 죽입니다.



1,410 5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