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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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녹아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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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06-07 ㅣ No.11199

6월 7일 연중 제10주간 화요일-마태오 복음 5장 13-16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세상 속으로 녹아든 사람>


서해안 해변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도 곳곳에 광활한 염전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말리고, 또 햇볕을 기다리고, 때로 애태워하면서, 그렇게 오랜 나날을 보낸 뒤에야 제 모습을 나타내는 소금을 끌어 모아 정제하고 제품으로 완성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최근 중국산 소금이 싼값을 무기로 밀물처럼 밀려오다보니 국산소금은 중국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 국산 진품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디카로 사진을 찍어 가마에 붙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 소금은 참으로 중요한 물건이었습니다. 일단 집에 쌀과 더불어 소금이 확보되어 있어야 든든했습니다.


로마의 한 작가는 소금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소금과 태양만큼 필수불가결한 것은 없다.” 놀랍게도 소금을 태양과 동격으로 두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장을 담글 때면 소금은 그 대단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저희 집 같이 2천 포기씩 담는 집에서는 소금이 수십 가마를 사용합니다.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는 일, 배추의 간을 맞추는 일은 김장의 성공여부와 직결됩니다.


양념이 제대로 된 김장김치에 밥을 드셔보셨습니까? 그 맛이 꿀맛입니다. 소금에 제대로 절여지지 않은 심심하기 짝이 없는 그저 그런 김치를 드셔본 적이 없으십니까? 밥맛도 사라집니다. 여러 가지 양념 가운데서 소금은 가장 으뜸가는 양념이자 가장 기본적인 양념입니다.


비록 음식 속으로 녹아들어가 그 모습이 전혀 눈에 띄지 않지만, 맛을 나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소금인 것입니다.


살다보면 이런 사람을 보게 됩니다.


공동체 안에서 늘 조용합니다. 과묵하고 별로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묵묵히 뒷전에서 제 역할을 다합니다. 소리 소문 없이 맡겨진 일뿐만 아니라, 남들이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깁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공동체에 가장 필요한 사람입니다. 잠시라도 그가 자리를 비우면 즉시 그 빈자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야 그 사람의 존재가 커 보입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소금 같은 사람입니다.


주님께서 오늘 바로 이런 사람이 되라고 부탁하십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 속으로, 이웃들 가운데로, 공동체 안으로 온전히 녹아든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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