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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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더운데 등산은 무슨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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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06-13 ㅣ No.11266

6월 14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마태오 복음 5장 43-48절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날씨도 더운데 등산은 무슨 등산>


주일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등산을 갔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등산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등산이냐는 아이들을 겨우겨우 꼬셔서 부지런히 올라갔습니다.


부지런히 능선까지 올랐습니다.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산들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준비해간 시원한 음료수를 돌리니 아이들도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애들아, 올라오길 잘했지?”라는 제 물음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음 주에도 또 와요!”라고 외쳤습니다.


같이 간 아이들 중에 산을 유난히 잘 타는 아이가 있길래, “아빠하고 등산 많이 다녔구나?” 그랬더니, 솔직한 아이는 전말을 털어놓더군요.


학교 다닐 때 좀 놀았는데, 그래서 학교에서 유명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사고 칠 때마다 특별한 벌을 주셨답니다. 그런데 그 벌은 다름 아닌 주말에 담임선생님과 함께 등산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당일치기로도 다녀오고, 1박2일로도 다녀오고, 선생님과 꽤 많은 산을 다녔다고 실토했습니다.


사고뭉치 아이에게 벌로 회초리를 들거나, 생활기록부에 체크하거나, 청소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등산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연을 접하게 하신 선생님, 아이의 마음을 잡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시는 선생님, 참으로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아들을 내치기보다는 사랑으로 감싸 안으시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 했습니다.


언젠가 존경하는 주교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에 함께 했었는데, 강론 중에 주교님께서는 이런 자신의 체험담을 나누어주셨습니다.


당신이 교장으로 사목하고 계실 때, 한 유명한 ‘땡땡이 전문가’ ‘사고뭉치’ 아이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답니다.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날이면 날마다 괴로웠습니다. 그 아이로 인해 뚝뚝 떨어지는 학급 출석률, 시험만 봤다 하면 그 아이로 인해 늘 꼴찌였으니, 또 그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이 받을 악영향이 만만치 않으니 담임선생님이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담임선생님은 당시 교장이셨던 주교님께 아이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거나 퇴학시켰으면 하는 건의를 조심스럽게 내비쳤습니다.


차마 길 잃고 방황하는 어린 양을 외면할 수 없으셨던 주교님께서는 그 아이를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셨답니다. 아이를 데리고 이 산, 저 산 등산을 다니시면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셨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의 마음을 한번 잡아보려고 각고의 노력을 다하셨답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당장 나타나지는 않았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문제아였던 그 아이는 끝까지 내치지 않으시고 어떻게 해서든 다시 인간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셨던 주교님의 노력에 힘입어 이제는 제 갈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꼴통인 아이, 남들이 다 제쳐놓은 아이,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 반평균 점수를 사정없이 깎아먹는 아이도 소중한 당신의 양떼로 여기시고 끝까지 노력하신 주교님의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강조하십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참 사랑은 남들이 다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랑입니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됐겠지, 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조금 더 노력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예쁜 아이, 말 잘 듣는 아이, 순종적인 아이, 제 갈 길을 제대로 잘 걸어가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입니다. 내가 사랑한 만큼 응분의 답례도, 보상도 충분히 받습니다. 보람도 느낍니다. 마음도 뿌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 세리들도 그만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참사랑은 어떤 것입니까? 남들이 다 포기한 아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지독한 아이, 잘 씻지도 않는 아이, 반항기로 똘똘 뭉친 아이, 적개심으로 가득 찬 아이,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주님께서 보내주신 선물로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얼마나 상처받고, 따돌림 당하고, 내팽개쳐졌으면 저럴까, 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더욱 따뜻하게 감싸 안는 그 사랑이 그리스도인의 사랑일 것입니다.


그런 사랑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완전한 사람, 참 그리스도인의 사랑입니다. 그런 사랑을 매일 실천하는 부모와 교육자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상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가장 값진 보물을 매일 쌓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다시 한 번 더 높은 곳(완전함)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마음에 간직하고, 또 다시 길 떠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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