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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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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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maria3731] 쪽지 캡슐

2005-10-13 ㅣ No.39

마음 깊이 사랑하는 한 친구가 오래 전에 선물한 묵주가 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였고

기도가 많이 필요한 친구였기에

그 묵주를 주며 내게 많은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하얀 진주팔찌묵주인데 참 예뻐서

늘 손목에 차고 다니면서

출퇴근 길에 열심히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 늘 크게 성호를 긋고 묵주기도 다섯 단을 드리면

목적지에 도착했죠.

묵주기도를 드리다보면 피로도 사라지고

마음도 행복해져서 늘 습관이 되다시피 했어요.

 

 며칠 전 저녁이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층별로 돌아가며

쓰레기통 청소를 했는데 그 날이 우리 층 차례였습니다.

퇴근하자마자 같은 층 아주머니들과 쓰레기 정리를 하고 물청소를 하느라

시끌벅적하게 일을 치렀어요.

마지막으로 1회용 비닐장갑을 벗어

쓰레기봉투에 넣고 잘 싸맨 후 뒷정리를 마쳤습니다.

이제 쓰레기 수거차가 와서 쓰레기를 깨끗이 가져가는 일만 남았죠.

웃으며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출근 준비를 하던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그 오랜 시간, 수 많은 기도 속에 내 손을 떠나지 않았던

묵주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집 안을 샅샅이 뒤지던 나는 문득 전날 청소를 했던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듯이 쓰레기장으로 달려갔죠.

그러나 그 허탈감..

이미 쓰레기는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치워졌고

종이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울고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혹시나 하면서 이웃동 쓰레기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쓰레기 수거아저씨들, 어찌나 깔끔하시던지..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맥이 풀려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정류장 옆에는 작은 쓰레기통이 있었습니다.

하릴없이

깔끔히 치워진 쓰레기통을 돌아보며 버스에 오르려는데

반짝이는 뭔가가 눈에 뜨었습니다.

펄쩍 다가가 보니 세상에나, 제 묵주 아니겠어요!

뒤집어진 1회용 비닐장갑의 손목부분에

곱게 감긴 채 쓰레기통 옆에 놓여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얌전히 땅바닥에 두고 간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그 기쁨이란...

온세상의 쓰레기란 쓰레기는 다 쓸어가셨는데,

그것도 그 장갑을 쓰레기 봉투에 넣고 꼮꼭 여며서 버렸는데,

그 멀리 떨어진 곳에,

어떻게 그 곳에 놓여 있었는지.. 

출근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예쁜 묵주를 그냥 지나쳤을까...

 

그 날은 하루 종일

행복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더 열심히 기도하라시는 성모님 선물이었겠죠?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 위해서 더 열심히 기도하라네요.

그래야겠죠?

오늘도 퇴근 길에 크게 성호를 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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