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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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특권은 봉사하는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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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10-27 ㅣ No.13125

10월 28일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루가 6장 12-19절


“날이 밝자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그중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셨다.”



<사제의 특권은 봉사하는 특권>


사목헌장 반포 40주년을 기념하는 강연회와 토론회가 서강대학교에서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에 내려주신 가장 값진 선물 가운데 하나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입니다. 이 공의회를 통해서 마련된 여러 헌장이나 문헌 가운데 가장 중요한 헌장 중에 하나가 사목헌장입니다.


오늘 강연회에서는 오늘날 우리 교회가 공의회의 정신, 특히 사목헌장의 영성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루기 민감한 문제들도 많이 거론되었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말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러워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도 했습니다.


한 강사께서는 김추기경님께서 언젠가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하셨던 말씀을 다시 한 번 인용하셨습니다.


“교회는 이 세상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하느님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죽여야만 합니다. 이것이 사목헌장이 교회에 제시한 노선의 핵심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모욕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되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의 존엄성이 회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기꺼이 민중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빈곤의 퇴치를 위한 투쟁, 가난한 사람들이 무시되고 멸시받는 현실에 맞선 투쟁, 소비향락주의와의 투쟁, 부의 숭배와 맞선 투쟁, 남녀 간의 대립구도와의 투쟁, 가족 간의 분열에 맞선 투쟁...교회는 백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제반 현안에 기쁘게 동참함으로 인해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제, 수도자를 비롯한 교회 안의 지도자, 봉사자들은 하나의 특권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군림하는 특권, 명령하고 지시하는 특권이 아니라 봉사하는 특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인 우리는 세상 사람들 앞에 자신 있게 ‘나는 하느님 나라를 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잠자다가 깨웠을 때, ‘왜 사느냐?’고 누군가 우리에게 질문한다면,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살고 있습니다’라고 즉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선교란 세상을 복음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일입니다. 진정한 선교란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리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복음을 선포하는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선교일선에 나서는 나는 복음화가 되어 있습니까? 복음화를 외치는 우리 교회는 복음화가 되어있습니까?”


강사로 나선 신부님들의 주옥같은 말씀들, 뼈에 사무치는 말씀들, 다시 한 번 진지한 숙고와 회개를 촉구하시는 말씀들에 하루 종일 가슴이 많이 찔렸습니다.


오늘 성 시몬 사도와 성 유다 사도의 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협조자로 부르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다른 무엇에 앞서 예수님을 도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의해 다시 한 번 재천명됩니다.


사목헌장 머리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뽑으신 이유는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도래했다는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세상만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는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입니다.”


시몬과 유다를 비롯한 예수님 제자들의 가장 일차적인 과제는 백성들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백성들이 겪고 있는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 겪는 일이었습니다. 세상을 교회와 분리시키거나 이원화시키지 않고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세상 안으로 투신하는 일이었습니다. 교회의 보물인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들과 동화되고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늘 성 시몬 사도와 성 유다 사도의 축일을 맞아 세상의 모든 사목자들이 다시 한 번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육화와 겸손의 영성을 철저하게 실천하게 되기를 빕니다.


진정한 사목이란 세상 사람들이 사목자를 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향해 사목자 자신을 활짝 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기억하고 이 땅의 모든 사목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신자들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다가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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