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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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수용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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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옥 [smalllark] 쪽지 캡슐

2006-02-12 ㅣ No.15616

 

 

* 이 이야기는 5년 전에 겪은 이야기이고 몇번 이곳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
복음: 마르 1,40-45 
몇년 전 겪었던 격리 수용 체험. 

내게는 이 체험이 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이 복음을 대하면 늘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아마도 내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 복음을 읽을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지 않겠나 싶다.

 

..................

 

수술 후에 실시되는 항암요법 중의 하나였다.

방사능 동위원소 한 알을 먹고

사방이 두꺼운 철판으로 둘러쌓인 독방에 갇혀 삼일간 있는 치료법이다.

 

누구도 면회도 안된다.

심지어는 의사, 간호사도 볼 수가 없다.

내가 먹은 약에서 방사능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미리 교육받은 대로 오로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치료이다.


입원하기 위해 짐을 꾸리면서 

이것도 하나의 새로운 놀이려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련의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나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과연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침묵 피정을 떠나듯이

마음이 들뜨기도 하였다.

삼일동안 읽을 책을 잔뜩 꾸렸다.

그러나 정작 삼일간 그속에서 책 한 장도 읽지 못했다.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야 했는데

한 장기에 방사능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장기가 손상되기 때문이었다.

침샘의 피폭을 막기 위해서 신 것을 계속 먹어가며 침을 뱉아내야 했고,

내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대형 페트병의 물을 두세개씩 마셔대야 했다.

쉬지않고 물을 마셔대니 그것을 빼내는 배설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몇 시간 간격으로 일부러 화장실을 드나들어야했다. 

물로 배가 잔뜩 차서 배불러 죽겠는데,

끼니마다 소금 간이 하나도 안된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고

변비약으로 억지로 배설을 시켰다.

종일 구토가 나고 두통이 심했다.

 

하루 세번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과

구토약과 변비약을 가져다 주는 간호사의 노크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입구에 가로막혀있는 두꺼운 철판 뒤로 몸을 숨겨야 한다.

절대로 내다보면 안된다고 미리 교육을 받았다. 

 

내가 다 알아서 하는데도

매 끼니 때마다 그들은 문을 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쳐다보지 말아요! 나오지 말아요!"

 

팔만 간신히 들여보내 빠르게 쟁반을 놓고 도망가느라고

가고 나서 보면 음식의 태반이 엎질러져 있었다.

 

가뜩이나 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배는 더부룩하고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느라 고통이 말이 아닌데.

도무지 환자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지나친 태도였다.

처음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다가도

점점 화가 나더니 나중엔 서럽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철저히 격리되어 지내며 혼자 싸우면서

바로 예수님과 만났던 나병환자가 생각나 눈물이 흘렀다.

 

삼일간도 이러한데

일생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격리된 채로

마을 밖, 거치른 광야의 토굴같은 곳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던 그들.

 

어쩌다 사람이 멀찌감치 지나가면 자신의 상태를 알려야했다.

"나는 부정한 사람이오! 나는 부정한 사람이오!" 하며 크게 외쳐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게 하려는 율법의 조항 때문이다. 

 

육신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나병이라지만

문드러져 버린 흉측한 몰골에 피고름이 범벅된 옷을 찢어 입고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녀야했던 

그들의 내면적인 상실감과 슬픔은 오죽했을까?

그들은 그저 삶을 포기하고 죽지 못해 살고 있을 뿐 어떤 희망도 없었다.

어쩌다 병이 낫는 수도 가끔은 있었다.  (몇명이나 그럴 수 있었을까?)

이 때는 사제에게 보여 깨끗하게 되었음을 공식으로 확인받아야 했다.

그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고 번거로운 정화예식이 남아있었는데,

그 절차가 어찌나 까다로운지, 그 예식의 순서와 제물 대해서는

레위기 14장 전체에 걸쳐 쓰여져 있다.  (한번 읽어보라-얼마나 복잡한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그들의 삶에서 그 예물을 바칠 능력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예물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들은 정말 나았어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어쩌면 그만큼 낫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법이 아니었을까?

 

..........



그런데 보라!

예수님의 놀라운 치유능력과 그분의 치유행위를.

한마디 말씀으로 그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으면서도

굳이 문드러진 몸을 어루만지시는 그분의 자애로움을.

예수님은 이렇게 간단한데,

이렇게 자애로운데,

이렇게 자유로운데,

오로지 그만을 사랑할 뿐인데.


소위 깨끗한 줄 알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은,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까다롭고,

그렇게 야박하고,

그렇게 자기만을 보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 주님,

당신께 의지하지 않고 누구에게 의지하겠습니까?

당신을 믿지 않고 누구를 믿고 살아가겠습니까?

당신께 나의 상처를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 보이겠나이까?

 

그 더러운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를 인간 대접해 주실 분이 당신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당신만이 나의 치유자이시고 나의 사랑이십니다.

이 사랑 누구에게 설명해도 부족하기에

당신은 그만 함구하라고 하시나봅니다.

 

겪어보기 전에는 정말 파악할 수 없는 당신 사랑이시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셨나 봅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서

암말말구 그냥 네 몸이나 추수리라 하셨나봅니다.

 

주님, 그래서 저도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립니다.

주님, 저도 주님만을 사랑합니다.

 

 

 

 

* 2월 14일은 초음파 검사를 하는 날입니다

암 수술한지 오년이 지났고 재발여부를 감시하기 위해서

일년에 한번씩 초음파 검사를 하러갑니다.

14일의 결과는 21일에 다시 들으러 갑니다.

기도해주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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