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이 시대, 또 다른 희망의 성전 건립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6-03-19 ㅣ No.16494

3월 19일 사순 제3주일-요한 2장 13-25절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이 시대, 또 다른 희망의 성전 건립>


존경하는 소설가 공지영님의 ‘수도원 기행’을 읽고 정말 기뻤습니다. 탁월하고 저명한 작가의 ‘수도원 순례’를 통해 ‘하느님 체험의 기쁨’ ‘겸손한 신앙고백’이 많은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뻤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수녀님 상’이란 타이틀의 글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또 의미심장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나치장교가 연세 지긋하신 수녀님을 끌고 가서 ‘레지스탕스’를 숨겨준 적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냄새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르쇠 작전’으로 일관하는 수녀님 앞에 나치장교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나치장교는 수녀님의 뺨을 세게 때렸습니다. 그 서슬에 수녀님께서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넘어졌습니다.


아픈 뺨을 붙들고 일어서면서 수녀님은 다른 한쪽 뺨을 내밀었을까요?


나치장교가 수녀님의 다른 한쪽 뺨을 때리려는 순간, 수녀님은 있는 힘을 다해 나치장교의 사타구니를 걷어찼습니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 순간 나치장교는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겠지요.


‘어떻게 수녀가 감히?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누가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왼쪽 뺨마저 내주라고 했거늘, 이건 도대체 말도 안되!’


그 순간 수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너같이 악독한 놈을 한 번도 못 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게 틀림없어”(공지영, ‘수도원 기행’ 김영사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선보이십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시는 예수님, 폭력성과 공격성을 마음껏 발휘하시는 특별한 모습이십니다.


채찍을 만들어 환전꾼들을 몰아내십니다. 하루 종일 벌어 모든 돈 통도 쏟아 버리십니다. 탁자들도 사정없이 엎어버리십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저 양반 오늘 뭘 잘못 드셨나? 평소에 입만 열면 자비요, 사랑이요, 인내요, 친절이요, 그랬는데, 오늘은 왜 저러시나?’


예수님께서 오늘 보이신 분노는 우리들의 분노와는 철저하게도 다른 분노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때 분노합니까? 누군가가 나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침해할 때 분노합니다. 누군가가 내게 손해를 끼칠 때 분노합니다. 누군가가 내 감정을 건드릴 때 분노합니다. 보십시오, 우리의 분노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분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분노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보이신 분노는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열정의 표현으로서 분노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집이 장사꾼들로 인해 속화되고 훼손됨으로 인한 분노입니다. 상업주의로 물든, 장사꾼으로 전락한 유다 본산에 대한 도전장으로서의 분노입니다.


오늘 복음을 한번 깊이 있게 읽어보십시오. 읽고 또 읽어보십시오. 읽다가 멈추고, 묵상하고, 또 묵상해보십시오.


예수님의 분노는 단순한 분노가 아닙니다. 또 다른 희망을 선포하는 분노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서 또 다른 희망의 성전 건립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그 성전 건립은 돈이 중심이 되는 성전건립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성전건립입니다. 약자와 환자, 장애인과 노인,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공동체의 외곽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장 한 가운데 재배치하는 성전건립입니다. 울고 있는 사람, 가슴 아픈 사람들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기쁘게 다가가는 환대의 성전건립입니다.



862 5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