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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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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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4-11 ㅣ No.111377

36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금촌으로 놀러 갔습니다. 서부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저는 친구에게 여자 친구를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저의 부탁을 너무나 잘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의 여자 친구는 친구의 여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노래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 제가 겪었습니다. 친구 덕분에 저는 여자 친구와 짧은 만남을 가졌고, 어쩌면 그 결과 지금 사제의 길을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배신은 어쩌면 늘 가까운 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대통령 선거를 앞당긴 국정농단의 실체도 가까운 이들의 폭로에서 드러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는 예수님을 배반한 사람들은 예수님과 가까웠던 사도였음을 알게 됩니다. 시계는 태엽을 감으면 어김없이 돌아가지만 사람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하신 네 번째 말씀은 목마르다.’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안다고 하지만 삶은 예수님을 모르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이 독신, 정결, 순명을 약속했지만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정에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산업의 발전으로 인류는 더없이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영혼과 우리의 마음은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들의 신앙, 희망, 사랑을 목말라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하신 다섯 번째 말씀은 다 이루었다.’입니다. 악의 세력이 우리를 유혹하는 방법 중에는 다음에 하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래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봄누에는 죽기까지 실을 뽑고, 초는 재가 될 때까지 불을 밝힌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본당에 가서 처음에는 열심히 하지만 떠날 때가 되면 다음에 오실 신부님께 미루곤 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혼인을 할 때, 배우자들은 서로에게 약속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젊거나 늙거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서로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많은 경우에 깨어지곤 합니다. 성격이 차이가 난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서로가 조건을 따지고 계산을 하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사제가 되면 열심히 기도하고, 겸손하게 봉사하고, 성사를 성실하게 집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처음 먹었던 그 마음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족들의 빛이 된 이스라엘 백성과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한 베드로는 서로 다른 인격체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인격 안에, 베드로의 인격 안에 모든 것이 함께 내재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욕심과, 나의 이기심을 먼저 생각하면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반한 베드로의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영광을 먼저 생각하면 우리는 또한 언제나 민족들의 빛,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성삼일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을 생각하며, 주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주었던 베로니카를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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