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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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섭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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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순 [soona610] 쪽지 캡슐

2010-06-17 ㅣ No.127

 

 예수성심성월을 보내면서 3일 동안 단식을 했습니다. 특별한 지향은 없었습니다. 다만 주님 안에서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였습니다.

양심성찰부터 시작하면서 의식 속에 잠자고 있는 죄들을 모두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리고 있는 때 묻은 옷을 벗겨 빨기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 안 되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장롱 속에 접어둔 옷들처럼 줄줄이 이어져 나왔습니다. 고해성사로 겉옷만 하얗게 물들여 놓고, 영혼에 많은 때를 묻히고 산 것입니다.

  단식을 끝낸 이튿날이 '예수 성심 대축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제의 해' 가 끝나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오후 3시 절두산성지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그리고 더 정성된 마음으로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청했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은총을 주시라 청했습니다. 더 신실한 믿음으로 주신 소명 이루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리고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을 위해서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주님은 미사 중 내게 크나큰 은혜를 내리셨습니다. 그러나 혼자 누릴 은혜가 아니었습니다. 나누어야 할 은혜였습니다. 순종이 내포된 은혜였습니다. 내 가슴에 성체 등을 설치해 주시고, 골방 기도처에는 제대도 마련하신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믿는 이 모두가 성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신 것입니다. 신앙인이면 누구나 갈망하는 기도의 응답이었습니다. 순간 세상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믿음이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는 것입니다." 라는 갈라디아 2, 21절의 말씀이 삶의 중심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기념일'미사에 참례했습니다. 미사를 시작하시기 전에 신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미사에 오신 여러분은 자동으로 오늘 발족하게 된 '성모성심회' 회원이 되었다고, 그리고는 스카폴라를 하나씩 나누어 주시며, 그 패를 목에 걸고 미사를 드리라 하셨습니다. 갑자기 본당 성전건립을 위한 기도모임으로 성모 성심회의 창립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환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나 역시 신부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성모님의 부르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벅찬 듯, 미사 중 가끔 말씀을 잇지 못하던 신부님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일을 거기까지 진척시키느라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셨을까? 그래도 그렇게 일사천리로 본당의 기도중심이 될 신심단체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누구하나 포기하는 사람 없이 신부님 말씀에 순종 한 것입니다. 50개를 주문한 스카폴라가 5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단번에 회원 45명을 확보한 셈입니다. 감동적인 미사의 은혜인지 어느 자매는 소리죽여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성당 밖을 나오니 마른 땅에 내리는 이슬비처럼 가슴으로 스며드는 평화, 온 세상 사람이 사랑의 대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은 죄 많고 많아 이제는 깨끗하게 살고 싶다던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주님은 때가 절은 나의 영혼의 옷을 벗겨 주시고, 새 옷으로 갈아입히신 것입니다. 나의 지난 모든 죄를 용서해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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