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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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피정 < 20 > 왜 때려 2부 - 강길웅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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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7-09-21 ㅣ No.30325

 

 

 

                                             

                       "왜 때려!" < 제 2 부 >

                        

   그때 빚을 다 갚고 나니 제 나이가 이미 서른이 넘어 있었습니다. 그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였으며 다 부숴 지고 사라진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꿈이 완전히 깨졌다고 여겼을 때 다른 꿈이 저를 유혹했습니다.


   저는 그때,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특히 머슴살이를 하고 싶었고 광부도 되고 싶었으며 또 원양어선도 타고 싶었습니다. 그때 선생과 머슴은 비교가 안 될 수준이었습니다. 광부나 어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기어이 하고 싶었습니다.


   빚을 다 갚고 났을 대 배를 타기위해 먼저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태워주지 않고 사무실에서 사무 보는 일을 시켰습니다. 저는 그래서 강원도 도계읍에 있는 대한 석탄 공사 도계영업소를 찾아가 광부가 되었습니다.


   그때 점리항 에서 일했는데 광부가 하는 일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3교대 근무도 처음이지만 삽질이 어려웠고 통나무를 짊어지고 굴속을 기어 다니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광부 일을 좋아했습니다. 제가 원한 일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갱 속에서 탄을 캐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면회를 오셔서는 어머니께서 급히 찾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여 집에 갔더니 어머니께서 저를 붙들고 제발 광부 일만은 하지 말라고 사정을 하시면서 차라리 장사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평생 탄을 캘 생각은 아니었고 힘든 일을 나름대로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제 뜻을 못 알아들으시기에 제가 다시 “장사도 돈이 있어야 하지, 빈손으로 무슨 장사를 합니까?” 하고 핑계를 댔습니다. 물론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갑자기 얼굴빛이 환해지시며 돈은 당신이 마련해 줄 테니 한번 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여태껏 빚 갚느라고 고생을 했는데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돈이 없는 줄은 제가 잘 압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돈이 어디 있습니까?” 그때 어머니께서, 지금 사는 집을 팔아서 저에게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가 빚에 허덕이면서도 집은 팔지 않고 지키고 있었는데 그걸 파신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집을 정 파시겠으면 형이 이 집의 장남이니까 형에게 주시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형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동생을 주라니까 동생도 안 되고 네가 필요하다면, 저에게만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깜짝 놀랐습니다. “너 만 준다”는 그 말씀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어렸을 때는 꼭 저만 골라 일을 시키시더니, 웬일로 저에게만 집을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그 말씀 한마디로 서운했던 보상을 다 받았습니다. 섭섭했던 오해를 다 풀었습니다.


   제가 본래 아기를 잘 돌봤습니다. 지금도 아기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저만 시키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과 동생들은 아기를 저만큼 보지 못했습니다. 설거지를 해도 몇 년 동안 하면서도 그릇하나 깬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형이나 동생은 처음부터 깨 버립니다. 그러니까 안 시킵니다.


   엄마들이 어디 출타 할 때 제일 걱정되는 것이 집에 남겨놓은 아기입니다. 그 일은 아무에게나 맡길 수가 없고 제일 믿는 사람에게 맡겨야 안심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는 저를 믿으셨고 또 저를 가장 인정해 주셨던 것입니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고달픈 것입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면서 매를 맞고 있는지 모릅니다. 왜 고통이 주어지고 왜 눈물이 주어집니까?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누구보다 그를 믿고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떠나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욥기에 보면, 하느님이 보시기에 욥만큼 올곧으며 착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탄이 욥을 시기하여 하루아침에 욥은 열 명의 자녀와 있는 재산을 다 잃고 큰 불행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욥 자신도 병에 걸려서 비참한 신세가 됩니다.


   욥이 당한 불행은 욥의 죄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그만한 사람이 없다고 당신 스스로 사탄에게 자랑하셨던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순전히 사탄의 시기 때문에 너무 심한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받는 고통도 사탄의 시기에서 오는 것이 많습니다. 애매 하게 얻어맞는 것은 다 하느님의 사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 얻어맞고 왜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됩니까?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사탄이 시기할 만큼 하느님께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에 보면 5처에서 시몬이라는 사람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진 것을 묵상합니다. 그런데 시몬은 무슨 봉사 정신이 투철해서 짊어 진 것도 아니요, 사랑이 누구보다도 많아서 짊어 진 것도 아닙니다. 막말로 재수가 없어서 짊어 진 것입니다.


   그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구경 나와 있었습니다. 예수란 자를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을 시킨다고 하자 너도 나도 나와서 구경들을 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걸음을 잘 걷지 못하자 구경꾼인 시몬을 강제로 끌고 와 십자가를 짊어지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시몬은 자기도 모르게 짊어진 십자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칭송을 듣는지 모릅니다. 시몬은 그럴 자격도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지고 싶어 진 것도 아니고 열심 해서 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재수 없게 걸려든 것이 은혜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 짊어지는 십자가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또 억울하게 당하는 고난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가 억지로라도 짊어지면 무한히 큰 은혜가 됩니다.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축복이 됩니다.

<  제 3 부에 계속 >

 

♥은총피정사랑하는 만큼 기다리는 만큼♥ 中에서/ 소록도 성당 강길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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