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김웅렬신부( 배티를 떠나며)

스크랩 인쇄

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2017-08-25 ㅣ No.114179


 "배티를 떠나며"

  + 찬미예수님!

 지금 송별사를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감곡에 있을 때 사제로서

칭찬받을 일이 있다면

‘성모님의 성지’로

선포한 겁니다.

이곳에 있을 동안엔

최양업 신부님께서

가경자 되셨고,

이곳 출신 아홉 분의 복자가

만들어졌고.

이런 것이 주님 보시기에

쁘다고 하시질 않을까

생각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어야 될 것 같습니다.

떠나는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는

아름다워야 되고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야 됩니다.

7년이란 세월을 되돌아보면

그야말로 한 밤의

꿈처럼 짧았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성지의 현재 모습이 요즘은

내가 오기 전부터

되어 있었던 것처럼 느낌이 들어,

내가 왔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어느 성당으로 가는 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내가 떠난 다음에 배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접겠습니다.

내가 머무르는 동안에

최선을 다해 살다가

떠나면 되고 떠난 후에

후임 신부와 주교님이 알아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3년 반 후에는

은퇴를 할 겁니다.

은퇴할 성당으로 가게 되는데.

이제껏 살았던 34년이

능동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은퇴준비하고

은퇴 후 하느님 앞에 갈 때까지

수동의 시간이 될 겁니다.

 34년 동안 교우들 앞에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좀 숨어들고자 합니다.

피정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많이 접을 생각입니다.

아무튼 능동의 시간,

뒤돌아보면 후회하지 않고

그야말로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처럼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살았기에,

이제 앞으로 남은 수동의

시간은 좀

고생 덜 시켜 달라고

간청 드리고 싶습니다.

 수녀님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리고.

봉사자들,

순례 오셨던 분들,

또 매달

후원해주셨던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천국을 향해 가리키는

시계 안에는 톱니가

여러 개 맞물려 있어야만

시계가 움직인다고 봅니다.

수녀님들, 직원들,

봉사자들, 순례자들,

이분들이 각각 톱니바퀴가

되어서 배티라고 하는

이 거대한 성지가,

또 이곳을 찾아오는

들에게 천국을 가리키는

시계바늘 노릇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이 큰 성지가 죽지 않고

7년 동안 진화할 수

있었던것은

제 능력이 아니라

 톱니 역할을 하셨던,

 그리고 다른 사람 밑에

들어가서 끼기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셨던 수많은

 톱니들의 노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제 배티성지는

현상 유지만 해도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자랑할 만한 한국을

대표하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성지가 되었습니다.

이 성지에서 영성과

은사가 성령과 함께 하셔서

계속 성장해야 함을

저는 잘 압니다.

이제 성장시키고

 현상 유지하는 것은

 주교님 몫이고

임 신부의 몫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아마도 이제껏 그랬듯이

배티로 일부로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철칙이 그렇습니다.

 감곡을 떠난 후 감곡성지를

가 본 적은 없습니다.

배티도 제가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지고

 더 많은 순례객이

찾아온다는 말이 들리면

올 겁니다.

그러나 힘든 얘기가

들릴 때는 아마 오기가

힘들 것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가서 머무를

그 장소가 거대한

수동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 부탁드립니다.

본당 신부로 있는동안

 본당 신자들한테 신경을

써야 되기 때문에,

 아마 배티처럼 여러분을

쉽게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서 카페 식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감곡에서

그랬듯이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두 달에 한 번 정도

라틴어 미사를 통해서

만나는 기회가 있을 것 같고,

매월 첫 토요일

은총의 밤은 모르겠습니다.

거기 신자들이

원하면 할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본당 신자들과

부딪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서운동 성당에 오시면

 안 된다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서운동 성당은

정확히 모르지만

몇 년 지나면

100년 되는 성당입니다.

청주교구에서는

감곡 다음으로 지은

성전입니다.

옛날 청주,

재개발되지 않은 곳입니다.

더 은혜로운 것은

성당 뺑 둘러서

점집으로 꽉 차있습니다.

감곡에 있을 때는

성모님의 성지 근처에

무당이라든지 점집이

들어오면 몇 개월 안에

쫓아냈는데,

서운동에는 워낙 많습니다.

이젠 힘도 떨어져서

그분들 어떻게 성당으로

 이끌지 자신은 없는데..,

아무튼 점집이 많은 동네지만,

열심한 교우들이

많은 성당입니다.

신자 수는 약 3,500여명.

미사가 많습니다.

물론 보좌신부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7년 동안

이렇게 사방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그런 곳은

결코 아닙니다.

바로 옆에 주유소도 있고,

점집 있고,

백반 집이 있는

그런 곳입니다.

4년 동안 은퇴해서 나가서

살 곳에 열심히 집도 지어

예수님과 같이

타볼산에 살게 되면,

그 때는 편안하게

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 다음으로 오는 신부는

 1년 선배인데,

후배가 오지 않고

선배라서 편안합니다.

세례명은 저와 같은데

아주 야무지고

똑똑하신 분입니다.

 말없이 떠난다고 했는데

길어졌습니다.

내일 바로 떠나는 것은 아니고

 이번 금요일에 인수인계하고

21일에 갑니다.

인터넷 통해서,

 ‘주님의 느티나무’

카페를 통해서 나에 대한 소식,

강론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끈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렇죠?

가능하면

그 전에 했던 것처럼

1년에 한 번 여름에

느티나무 카페 식구들과

강원도 쪽에 1박 2일

피정은 가능할 겁니다.

여러분들과 인연을

끊는다는 뜻은 아니고

내 자신이 이제는 하느님께,

교회에 34년 동안 봉사했듯이

자신에게도

뒤를 되돌아보는

조용한 시간을

갖겠다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8월 13일

배티성지를 떠나시며,

김웅열(느티나무)신부님 고별사

photo by 빛향기님,

-느티신부님 송별미사-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558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