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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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7 -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 유광수 야고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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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kjh2525] 쪽지 캡슐

2017-07-27 ㅣ No.113462




2017
07 27 () 가해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탈출기 19,1-2.9-11.16-20
마태오복음 13,10-17


유광수 야고보 신부님


오늘 복음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는데 어떤 것은 길에, 어떤 것은 돌밭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고, 어떤 씨는 좋은 땅에 뿌려졌다. 그런데 길, 돌밭,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였고 좋은 땅에 뿌려진 씨만 열매를 맺었다. 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는 씨와 열매를 맺는 씨의 차이는 무엇일까?

씨는 같은 씨이다. 즉 길, 돌밭,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다 같은 씨이다. 그러니까 열매를 맺고 못 맺고 하는 것은 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씨가 떨어진 장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씨라도 즉 열매를 낼 수 있는 씨라도 그 씨가 뿌려진 장소가 길, 돌밭, 가시덤불 속이라면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좋은 땅에 떨어진 씨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 그 씨란 무엇인가? 그 씨는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이요 길, 돌밭, 가시덤불 속, 좋은 땅이라고 표현된 장소는 바로 우리 마음 즉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는 이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으면서도 영적으로 성숙되지 못하고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가 길, 돌밭, 가시덤불 속과 같은 자세로 들었기 때문이고 영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사람은 좋은 땅처럼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오랜 신앙생활을 했다고 하더라도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길, 돌밭, 가시덤불 속과 같을 때에는 영적으로 성숙할 수 없다. 영적으로 성숙시켜 주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나 지성, 활동이나 시간이 아니라 우리 안에 뿌려진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오랜 동안 신앙생활을 했어도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뿌리가 없으면,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버리면 결코 아무런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오직 좋은 땅 즉 "말씀을 듣고 깨닫는 사람"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복음을 읽고 묵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이 바로 우리가 영적으로 성숙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지름길이다. 우리의 영적 성숙은 결코 활동에, 아니면 막연한 신심에. 미사 참례나 겨우 왔다 갔다는 하는 신앙생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이다. 깨달아야 하늘 나라에 대해 눈이 뜨인다. 깨달아야 하늘 나라의 소리가 들린다. 깨달아야 죽었던 내 영혼이 다시 부활한다. 깨달아야 병들었던 내 영혼이 치유 된다. 깨달음이 있어야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다. 깨달아야 영적인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깨어난다. 깨달음이 있어야 우리가 매일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갈 수 있고 웃으면서 봉사할 수 있다.

깨달아야 이 세상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사건이나 문제 앞에서 초조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초연할 수 있다. 깨달음이 있어야 신앙생활의 기쁨이 있고 가슴 벅찬 충만함이 밖으로 베어 나온다. 깨달음이 있어야 옳고 그름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고 올바르게 도와 줄 수 있다.
깨달음이 있어야 입에서 하느님의 소리가 나오고 하느님의 글이 나오고 하느님의 말이 나온다. 깨달음이 있어야 무디어진 나의 마음이 깨어지고 새 살이 돋아난다. 깨달음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래야 사람들은 내 안에 맺은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 깨달음이 없는데 어떻게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전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우리의 가장 취약점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기는 듣지만 깨달음이 없이 듣는다는 것이다. 듣기는 듣지만 그 말씀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식 없이 듣는다. 아니 깨달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봉사한다고 나서고, 기도한다고 앉아있고, 바쁘다고 여기 저기 다닌다.

내가 시골에서 형제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때 한 형제가 아침 식사 때에 와서 "신부님, 밭이 없어졌어요."라고 말하였다. "무슨 밭이 없어져?"라고 물으니까 "봄에 우리가 심어놓은 고구마 밭이 없어졌어요."라는 것이다. "그럼 그 밭이 어디 갔느냐?" 라고 물으니 "우리가 심어놓은 고구마는 하나도 자라지 않고 풀만 무성하게 자랐어요." 하는 것이다. 고구마를 심어 놓고 공부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돌아보지도 않았으니 고구마 싹이 나오기도 전에 풀이 자라서 고구마 밭을 덮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밭이 없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의 씨가 지금 내 안에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유광수 야고보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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