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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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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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8-06 ㅣ No.148859

각 나라의 수도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있습니다. 한국의 서울에는 남산타워, 경복궁이 떠오릅니다. 프랑스의 파리에는 에펠탑과 개선문이 생각납니다. 중국의 북경에는 자금성과 만리장성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서울 신학교에도 몇 가지 상징물이 있습니다. 성당 앞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동상이 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뜨거운 열정과 신앙을 배우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앞에는 모든 이의 모든 것(Omnibus Omnia)'을 표현한 조각이 있습니다. 신학생이 공부하는 것은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낙산의 오솔길에는 평신도가 바라는 사제상이 나무판으로 세워져있습니다. 사제는 자신의 욕심과 자신의 뜻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기도하면서 평신도가 바라는 사제상을 읽곤 했습니다. 평신도들이 바라는 사제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업적을 남기는 사제가 아니었습니다. 평신도가 바라는 사제의 모습은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 기도하는 사제/ 힘없고 약한 자를 돌보며, 그들의 고통을 나누며, 사회정의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사제/ 검소하며, 물질에 신경을 안 쓰며, 공금에 명확한 사제/ 청소년과 친하게 대화를 나누며 교리교육에 힘쓰는 사제/ 겸손하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제/ 웃어른에게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말이나 행동에 예의 차릴 줄 아는 사제/ 본당 내 각종 단체를 만들고, 사리에 맞지 않는 독선을 피우지 않으며, 평신도와 함께 본당을 이끌어 나가는 사제/ 교구장 및 장상에게 순명하며, 동료 사제들과 원만한 사제/ 신도들에게 알맞은 강론을 성실히 하는 사제/ 고백성사나 성사집행을 경건하고 예절답게 하는 사제/ 후배 사제 양성에 마음 쓰며 생활하는 사제/ 죽기 까지 사제 성직에 충실한 사제였습니다. 저 자신 30년을 사제로 살면서 많이 부족함에 늘 부끄럽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많은 표징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을 마음에 떠올리시나요? 저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 장면을 아름답게 표현한 지커 퀘더 신부님의 그림을 묵상하면 좋습니다. 이 그림의 어디에서도 예수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발 씻은 물에 비친 모습에서 그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하는 봉사 속에서 우리는 그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겸허한 봉사를 통해서 그분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육화(강생)의 신비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무릎을 꿇는 행위와 손에서 가장 멀리 있는 부분인 발을 씻어주는 행위야말로 상대방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감싸는 행위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무릎을 꿇는 행위는 굴복의 자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모습을 바로 더럽다고 여겨지는 발 씻은 물에서 그분의 모습을 찾아보게 되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바로 우리가 그분의 모습을 진정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은 발 씻은 물에서였던 것처럼 구차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봉사의 삶에서 오히려 그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병자들을 고쳐 주시 못하였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주님의 부활을 체험했던 제자들이 병자들을 고쳐주는 모습을 봅니다. 같은 제자이지만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은 더욱 굳은 믿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겸손을 만날 때 사랑이 피어납니다. 믿음이 희생을 만날 때 희망이 열매 맺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이름으로만 맹세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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