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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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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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0-07-20 ㅣ No.5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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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마태오 12,46-50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떠날 때의 뒷모습>

 

 

    어딘가를 스쳐지나가다 들은 시(詩)구절입니다.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못 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지는 해나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인사이동 되어 떠나가는 형제들을 바라보며, 출가(出家)한다는 것, 정든 곳을 떠난다는 것, 점점 사라진다는 것, 참으로 아쉽고도 서글픈 일임을 새삼 느낍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떠남이 있어야, 새로움이 시작됩니다. 출가하지 않고 한곳에만 계속 머물고자 할 때 일취월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멸은 아름다움의 대모(代母)입니다.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져가는 석양을 바라보십시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사라지는 뒷모습이 슬프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곱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정든 인간 세상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시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십니다.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좁은 울타리, 혈연을 뒤로 한 채 더 큰 바다로 뛰어드십니다.

 

    30년 세월 동안 애지중지, 노심초사하시면서 예수님과 동고동락해 오신 성모님이셨습니다. 때가 되어 출가하시는 아들 예수님을 바라보며 어찌 아쉬운 정이 없었겠습니다.

 

    예수님의 출가 이후 성모님의 안테나는 오로지 아들 예수님에게로 향했을 것입니다. 끼니나 제때 챙기는데,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도대체 아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었습니다.

 

    아들이 떠나간 지 어언 3개월, 6개월, 9개월, 성모님은 걱정이 되어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겠다, 옷은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몸이 축난 것은 아닌지...

 

    친척들을 앞세우고 예수님이 거처하시는 곳까지 오셨습니다. 사도들을 시켜 잠깐만 뵙자고 부탁했습니다. 그 순간 예수님의 처신을 보면 이해 안가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머니가 오셨는데, 적어도 밖으로 나와서 인사라도 하셔야 되는데,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면서 안심시켜드렸어야 했는데, 예수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혀 뜻밖의 말씀을 던지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개념 없는 불효자의 말이 절대 아닙니다. 이 말씀은 정녕 심오한 말씀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는 예수님의 말씀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어머님, 섭섭하시겠지만 제가 드리는 말씀 잘 새겨들으십시오. 드디어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저의 때가 왔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한 평생 기다려왔던 구원의 때입니다. 이제 제가 나설 때입니다. 저 역시 아쉽습니다. 그러나 혈육에 매어 있는 이상, 정에 얽혀 있는 이상,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어머니를 떠나갑니다. 세상 전체를 구원하기 위해 이제 저는 작은 고을 나자렛을 떠납니다. 온 세상 만민의 구원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어머니를 떠나갑니다.”

 

더 큰 선을 위해, 더 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작은 시냇물을 버리고 큰 물줄기를 따라 떠나가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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