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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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농부가 곡식을 귀하게 여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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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estherlove] 쪽지 캡슐

2010-07-20 ㅣ No.57448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16주간 수요일 - 농부가 곡식을 귀하게 여기듯


 

저는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고 그래서 감사하게도 자연의 풍요로움 안에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뒷짐 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논과 밭에서 일하시는 어른들은 저를 ‘감독관’이라 불렀습니다. 당연히 거머리에 뜯기며 모내기를 하고, 개구리나 뱀을 잡아 닭의 모이로 주며, 풀을 뜯어 토끼를 먹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연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각 종류의 가축들이 좋아하는 먹이는 서로 다르고, 마찬가지로, 각 종류의 농작물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환경에서만 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내기를 할 때는 물이 풍부해야합니다. 그러나 땅콩이나 고구마를 그런 곳에서 경작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다 썩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땅콩을 캘 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땅이 마치 모래와 같이 부드러웠던 것 같고, 고구마는 조금 더 질긴 흙이었지만, 논과 같이 물이 흥건하지는 않았습니다.

토끼풀을 뜯을 때도 아무 풀이나 마구 뜯어서 갖다 주면 안 됩니다. 그들이 먹는 풀이 따로 있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토끼에게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처럼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토끼에게 물을 주면 토끼는 얼마 안 가서 죽어버립니다. 왜냐하면 토끼는 풀에서 수분을 섭취하는 동물이라 물을 마시면 수분과다로 병이 들기 때문입니다.

농부는 이렇게 씨를 뿌릴 준비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 수확하여 저장할 때까지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잠깐 방심하면 일 년의 농사를 망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잠깐의 방심이 자식만큼 소중한 가축을 병들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요즘과 같은 장마로 둑이 넘쳐 농사를 망쳐버렸을 때 농부가 느끼는 심정은 가히 자식을 잃은 것과 버금갈 정도일 것입니다. 농부가 끊임없이 농사일에 신경을 쓰는 모습에서 우리는 땅에서 나는 모든 것에 대해 그분들이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끔은 예수님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이해가 안 될 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어떤 씨는 길에 떨어지고, 어떤 씨는 돌밭에, 어떤 씨는 가시덤불에 떨어집니다. 물론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많은 열매를 맺게 됩니다.

길에 떨어지면 새들이 주워 먹고, 돌밭에 떨어지면 수분부족으로 말라 죽게 되고, 가시밭에 떨어지면 영양부족과 일조량부족으로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압니다.

물론 그 때는 이렇게 흩뿌리는 모종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길에도 뿌려지고 돌밭 위에도, 또 가시밭에도 떨어질 수 있었겠지만, 진정한 농부라면 그 씨앗을 뿌리기 전에 돌을 솎아내고 가시나 잡풀을 걷어내는 일은 필수적으로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귀한 모종씨앗이 낭비되는 것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땅을 일구지 않거나 안 좋은 땅에 씨앗을 낭비하는 것은, 어쩌면 몰라서라기보다는 씨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즉 농부의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내기 이전에 하는 것이 모종심기입니다. 작은 모판에 모종 씨를 뿌리는데 그 씨는 전년도에 거둔 곡식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로만 선별해서 간직해 둔 것입니다. 아무리 모아놓은 곡식이 없어 가족이 굶어야 할 때더라도 다음 해에 뿌릴 씨앗까지 먹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 모종씨앗은 또 한 해를 날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밥풀 하나라도 남기면 혼이 나곤 하였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노력을 거쳐서 밥상에 올라온 것인지 부모님들은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오늘 비유말씀대로 우리 마음에 떨어지는 그리스도의 말씀의 씨앗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삶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가 듣는 그분의 복음을, 농부가 농사짓는 곡식과 가축들에게 갖는 애정보다도 못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면에서 농부의 성실함을 본받아야겠습니다. 물론 농부의 땀방울 없이 새로운 소출이 없는 것처럼, 우리 자신들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말씀의 열매는 우리 안에 맺혀질 리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귀한 말씀의 씨를 우리 마음에 계속 뿌리고 계십니다. 그 귀한 말씀의 씨앗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그것을 잘 키워 삶으로 열매 맺게 하는 농부의 마음이어야 할 것입니다.

 

 

 
 
 
< 그대를 향한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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