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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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겸손한 마음이 비옥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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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estherlove] 쪽지 캡슐

2010-07-22 ㅣ No.57486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16주간 금요일 - 겸손한 마음이 비옥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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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병원에서 신경치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금으로 때운 곳이 아파서 열어 보았더니 그 안이 썩어가고 있어서 신경을 죽이고 금으로 새로 씌웠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치아에 신경이 몇 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신경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경을 뾰족한 것으로 일일이 찔러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누워서 언제 올지 모르는 따끔따끔한 고통에 온 몸으로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며칠 뒤 신경을 다 죽이고 긁어내기로 하였습니다. 전번에 느꼈던 고통 때문인지 처음부터 매우 긴장이 되었고 금세 손에 땀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고통을 줄 것 같아서 더 긴장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저절로 벌려진 입이 다물어 졌습니다. 급기야 선생님은 억지로 입을 벌리고 있게 하는 기계를 제 입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아픈 것은 없었습니다. 첫 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치료시간은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마취를 할 때, “좀 따끔할 겁니다.”라고 미리 말씀 해 주셨지만 그런 말 하지 않을 때도 몸을 자주 움츠렸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이런 모습이 의사 선생님을 믿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내가 느끼는 고통의 90%는 내가 상상하는 것에서 오고 있음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의사를 믿고 내 자신을 맡겼다면 한 시간 내내 긴장하면서 있을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치료 받는 한 시간 동안 미리 예고 된 두세 차례 짧게 따끔 했던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아픈 것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몸을 맡긴 의사를 온전히 믿고 있지 못한다면 몸을 움츠리게 되고 그러면 치료하기도 더 어려워지고 자신이 느끼는 고통도 가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위장 내시경을 할 때는 식도를 최대한 벌렸습니다. 그 때가 두 번째였는데, 처음 할 때는 헛구역질도 많이 나고 침도 많이 흘렸지만, 이번에 몸을 온전히 맡기니 트림 한 번 가볍게 하고 쉽게 끝났습니다. 처음 할 때 식도가 부어서 밥 넘기기도 힘들었었는데 두 번째 한 이후에는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살아가면서 쓸데없는 긴장을 하며 그것 때문에 자신을 더 망가뜨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희 어머니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제가 여자를 사귀어 사제의 길을 포기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화 끊기 전에는 항상 건강 조심보다 먼저, 여자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기도 하셨으면 믿으셔야지, 기도 해 놓고 또 혼자 걱정하면 그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어쩌면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지 못하는 내 안의 교만 때문입니다. 교만하면 온전히 믿을 수 없고, 온전히 믿지 못하면 아무리 말씀을 많이 들어도 내 안에서 삶의 변화로 열매 맺어지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선,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라는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성경 구절을 듣고 묵상해도 ‘그 말씀으로 삶이 변화되지 않으면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안에 씨앗이 자랄 수 있는 겸손한 땅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생각이 옳다는 교만을 버릴 때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고 믿게 됩니다. 깨닫고 믿어야 삶이 변화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수님은 제가 매우 어릴 때부터 저를 사제의 길로 부르셨습니다. 그러나 20대 중반이 돼서야 그 부르심을 제대로 듣게 되었습니다. 그 말씀이 열매를 맺을 겸손한 땅이 그 전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부르신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느낄 때도 결혼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산 위에 혼자 앉아있는데, “나를 따르려거든 네 자신을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한다.”라는 말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그냥 들으면 별것 아닐지라도 저는 ‘아!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참아내야 할 것이 있는 거구나! 그러면 나는 인간적인 애정을 참아내는 것을 매일의 십자가로 삼고 살아야겠다.’라고 깨달았고 그것으로 신학교 들어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신학교에 들어와서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라는 성경 구절이 깊이 다가와 ‘아! 예수님께 붙어있기만 하면, 즉 기도만 하면 그 분으로부터 성령의 수액이 들어와 내 안에 저절로 성령으로 가득차고 성령의 열매를 맺게 되는구나!’라고 깨닫고 기도에 목숨 건다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임을 믿게 되었고 사실 그렇게 해 보니 예수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같은 말씀을 듣지만 모든 사람이 그 말씀들로 같은 열매 맺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똑같이 들어도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진 유다도 있었습니다. 이는 마음이 겸손한 땅이 아니면 아무리 그 마음 안에 말씀의 씨가 뿌려져도 깨닫지 못하고 삶도 변화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슬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농사를 지을 때 씨를 뿌리기 전에 먼저 땅을 갈고 거름을 주어 씨를 뿌리기에 적당하게 만들지 않는 농부는 없습니다. 우리도 말씀을 듣기 전에 먼저 그 말씀이 열매를 맺도록 겸손하게 믿고 받아들을 수 있는 비옥한 마음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겸손한 좋은 땅만 있으면 말씀으로 인한 삶의 변화는 급격하게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 하느님 당신은 나의 모든 것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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