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나는 사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스크랩 인쇄

김현아 [estherlove] 쪽지 캡슐

2010-07-30 ㅣ No.57637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17 주간 금요일 - 나는 사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제가 마리아론 시험을 볼 때의 일입니다. 교수님이 성모님의 평생 동정의 의미를 지금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셨습니다. 여기서 현대 젊은이들이라 함은 믿음이 없고 지극히 이성적이어서 처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저는 그 사람들에게는 평생 동정 교리를 설명해 줄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하신 말씀은 기억 했지만 내가 수긍하지 못하는 대답을 하기는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교수님은 수업 때 말씀하신 대로, “성경으로부터 시작 해야지. 성경 안에 처녀가 잉태하여 아이를 낳으리라는 예언도 있고, 복음에서도 처녀로 그리스도를 낳으시는 이야기가 나오잖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느님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성경은 믿겠습니까? 하느님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성경도 믿지 않는 것인데, 그 사람에게 성경을 대고 거기에 나온다고 믿으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교수님도 제 말에 대해 대답을 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물론 기분이 나쁘셨는지 안 좋은 점수를 주셨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의 고장에 가셨습니다. 그들은 과거의 요셉의 아들 예수만 생각하며 그 예수가 메시아였음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그저 요셉의 아들로서 목수 일을 하는 평범한 나자렛 사람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당신의 고향에서는 기적을 하고 싶으셔도 하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시는 메시아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의 동기 신부 중 하나는 첫 보좌 발령을 자신의 출신본당에서 분가한 성당으로 받았습니다. 보통은 출신 본당으로는 보내지 않는데 인사에 착오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성당에서 첫 미사를 하고 제의를 입은 채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 할머니께서 다가오시더니, “야~ 고추 내놓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신부님이 되셨네?”라고 하셨습니다. 그 분은 그 신부 할머니의 친구 분이셨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한 청년 자매가 뛰어오면서 사람 많은데 “오빠~”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과 술자리를 하여도 사제로서 인정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그들의 탓도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전에 편하게 대할 때의 모습을 더 원하는가 봅니다.

어쨌건 그 신부는 신자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주임 신부님에게 꼭 붙어 있으며 필요하지 않으면 신자들을 멀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사제가 된 사람은 사제로서 여겨지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사제임을 인정하지 않고 그 사람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사제는 그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사제가 아니고 사제로서의 역할도 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인정하고 믿지 않는 고향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기적도 하실 수 없으셨고 그래서 다른 고을에서 더 많이 기적을 행하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사제 서품 피정 때 제 앞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일주일 동안 피정을 하면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지만 마지막 날 저녁 산에서 내려오는데 한 조그만 나무에 나뭇잎이 유일하게 하나 달려 있었습니다. ‘마지막 잎새’를 연상하며 바라보면서 내려오고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가자 바로 제 앞에서 뚝 떨어졌습니다.

저는 온 우주의 시간이 멈추고 지금 그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간에 집중됨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섭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기 위해서 태초부터 바로 지금 내가 지나갈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두신 나뭇잎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이렇게 나뭇잎 하나로 주님의 섭리하심이 가슴 깊이 새겨졌습니다. 즉, 성경 말씀대로라면 참새 한 마리도 하느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데 내가 사제가 되기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이끌어 주신 주님의 섭리까지도 느낄 수 있었고 이렇게 성소를 확신하며 서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게 뭔 대수라고...”하며 비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어떤 신자는 “저는 신부님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안 믿어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분들에게는 더 이상 섭리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말로는 그 때 느꼈던 소름끼치는 기억을 표현해 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그 사람들에게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 느끼는 것은 ‘무기력’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력은 그것을 느끼게 한 사람들로부터 저를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믿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답답하지만 아무 말도 더 이상 해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믿지 않는 마음은 전능하신 하느님까지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하느님도 우리를 통해서 무언가를 하시고 싶지만 우리 믿음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그 분의 활동은 내 안에서 제한됩니다.

 

나자렛 사람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아보지 못했기에 예수님이 나자렛에서는 어떠한 은총도 주시지 못하고, 또 나자렛을 떠나셔야 했듯이, 사제들이 주님의 대리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은총도 감소되고 사제의 수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까지 신자들이 사제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유럽과 같은 나라들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유럽은 사제성소가 말라버렸지만 한국은 아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은총을 받고 못 받고는, 바로 그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가짐에 달린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마음은 나자렛 사람들처럼 굳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859 4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