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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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에서 온 편지 -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님의 고별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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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9-03 ㅣ No.75300




(피아골에서 온 편지)

 

소록도에서 10년 넘게, 최근엔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 집에서 사목하셨던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님께서 8월 29일자로 은퇴하셨습니다. 평소에 "불청객" 에 대한 강론을 많이 하셨지요.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님의 고별 강론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습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맛있는 것만을 선호해서 그렇지, 두 끼만 굶어보면 모든 음식이 독특한 맛으로 우리를 매료시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너무 편하게 살려고 해서 그렇지 하느님 때문에 고통을 받아본 이들은 삶의 모든 일들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우리를 매료시킨다는 것을 압니다.

 

갑돌이와 갑순이를 알기 전에는 밤에 달이 뜨는지, 아니면 꽃이 언제 피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 나서는 갑순이 때문에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김소월의 시에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을 알기 전에는 몰랐는데 알고 나자 세상이 다시 태어납니다.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말씀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정말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대부분 우리가 원하는 길로 오지 않습니다. 그분이 원하시는 길로 오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며 불평을 합니다.

 

진정한 은혜는 하느님의 이름을 이용해서 내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이 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가 수고하고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런 분들은 울면서도 기쁘고 고생하면서도 행복합니다. 본회퍼(1906-1945 개신교 목사)의 말을 다시 인용합니다.

 

“값싼 은혜는 교회의 원수다. 떨이로 팔아버린 싸구려 상품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그리스도와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값비싼 은혜를 누려야 한다.” 아멘.

 

* 저는 2012년 8월 29일 은퇴합니다. 제 집에 아직 전화를 놓지 못했으며 손전화도 없습니다. 저는 은둔자처럼 살고 싶지만 마음이 힘든 분들이 찾아오시면 기꺼이 환영할 것입니다. 주소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남산길 116(구 내서리 659)입니다. 은인들에게 엎드려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12년 8월 28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피아골 피정의 집 강길웅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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