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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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셉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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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3-19 ㅣ No.170724

[성 요셉 대축일] 마태 1,16.18-21.24ㄱ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법’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대략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법을 안 지키는 사람, 법대로 사는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은 말 그대로 제 멋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지요. 본능에만 충실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와 상처를 입히게 되고 그 결과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법대로 사는 사람은 법을 글자 그대로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법 자체가 사회 정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을 지향하기에 법대로 산다는건 결국 사회정의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살면 남에게 비난 받을 일이 없지만 정의롭다고 칭송받을 일도 없습니다. 법을 어기지 않는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은 법이 정한 ‘마지노선’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 사랑, 배려가 몸에 배어있기에 마음 가는대로 해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의를 저지를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이야말로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라고 인정하며 존중하지요.

우리가 오늘 기억하는 요셉 성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요셉이 ‘의로운 사람’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지요. 요셉이 지닌 의로움은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지닌 의로움하고는 다릅니다. 사실 법대로 사는건 귀찮고 피곤할 지언정 어렵진 않습니다.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관계 안에서 번뇌할 필요 없이 그저 ‘원칙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잘 했으면 상을 주고 잘못했으면 벌을 주면 되니 그만큼 쉬운 게 없지요. 요셉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마음이 덜 괴로웠을 겁니다. 율법에 따라 마리아를 고발하면 나머지는 법정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가 돌에 맞아 죽더라도 본인이 법을 어긴 벌을 받는 것이고 자기 탓도 아니니 요셉에겐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법대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법 없이도 살 사람,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참된 의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누군가를 ‘희생제물’ 삼아 내 의로움을 드러내는 차가운 정의가 아니라, 타인의 허물을 덮어주고 잘못을 용서하며 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따스한 자비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 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여 그녀에게 살 길을 열어주고자 합니다. 파혼과 관련한 사람들의 비난은 자기가 기꺼이 감수하고자 합니다. 사실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희생이자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요셉에게 그 이상을 요구하십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세상의 기준을 뛰어넘어, 하느님 뜻에 철저히 순명하고 따르는 사람이 되라는 겁니다. 남을 단죄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그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사랑으로 끌어안으라는 겁니다. 그런 큰 사랑으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라고 하십니다. 자기 친 아들도 아닌, 하느님께서 이미 이름을 붙여주신 아기를 양육하라고 하십니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힘든 길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기꺼이 하느님 뜻에 순명합니다. 그만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기꺼이 끌어안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고통의 잔을 기꺼이 마시겠다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라고 하실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요셉으로부터 그 참된 순명의 정신을 교육받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도 그 순명의 정신을 본받아야겠습니다. 그것이 오늘 요셉 성인 대축일을 지내는 이유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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