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스크랩 인쇄

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0-09-08 ㅣ No.58475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9월 8일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Behold,
the virgin shall be with child and bear a son,
and they shall name him Emmanuel,
which means “God is with us.”
(Mt.1.23)
 
 
 
 
제1독서 미카 5,1-4ㄱ
복음 마태오 1,1-16.18-23
 
제가 좋아하는 프로야구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막바지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응원하는 팀의 승패가 더욱 더 큰 관심사가 되었네요. 그런데 얼마 전의 일입니다. 비가 올 듯 말 듯 하다가 야구경기가 시작되었지요.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온다고 했기에 빨리 경기를 진행해야 게임이 성립되는 5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약 5회가 되기 전에 비가 와서 경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이기고 있다 하더라도 무효 경기가 되거든요.

다행히 제가 응원하는 팀이 먼저 1회에 점수를 얻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랬지요. 또 혹시 모르니까 빨리 경기가 진행되길 원했습니다. 이제 경기가 성립되는 6회가 되면서 오히려 비가 오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었고, 6회 이상이 되어 비가 많이 와서 경기를 할 수 없게 되면 강우 콜드 게임이라고 하면서 그때까지의 점수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비 오길 원하지 않았다가 또 비가 쏟아지길 원했던 제 모습을 보면서, 조금 비겁하고 정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모습이었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이 세상을 다른 이들을 이기고 짓눌러서 그 위에 올라가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기도 역시도 남과 비교하는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형제님께서 신부님을 찾아가 “신부님, 제 여섯 형제가 잘 때, 저는 자지 않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라고 자랑을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신부님께서는 “주님께 기도할 때, 형제들을 비방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더 좋았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다른 사람의 결점을 드러내고 확대하는 습관으로는 주님께서 맡겨주신 이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이 건설적인 생각을 간직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가 나를 통해서 조금 더 완성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예수님의 잉태를 거부하지 않으셨던 성모님께서 태어나신 날입니다. 성모님을 떠올리며 묵상하게 됩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비겁하게 피하려 하지 않으시고, 정정 당당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니다.

사실 왜 이러한 고통과 시련을 주시냐고 따질 만도 합니다. 잘 살고 있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똑같은 대우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비겁하게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공법을 선택하십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진정한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 역시 주님 앞에 비겁한 모습은 갖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생각으로 주님의 뜻을 방해해서도 안 됩니다. 그래야 우리 역시 성모님과 같은 영광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결심과 믿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원한 젊음을 선물한다(헨리 데이빗 소로우).




만남(정채봉,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중에서)

지리산 깊은 곳에서 칡이 태어났다. 칡이 눈을 떠 보니 하늘을 향해 죽죽 자라는 나무 세상이었다. 칡은 저도 하늘 쪽으로 머리를 두고 커 보리라 마음먹었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 다음 해 봄이었다. 그제야 칡은 자신이 땅으로만 뻗는 넝쿨임을 깨달았다.

칡은 산신령에게 부탁했다. “저도 하늘을 향해 자라서 후일 이 세상에 남는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산신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태어나기 전이면 모르겠으나, 한번 몸을 받은 이상 천성을 바꿀 수는 없다. 정히 원한다며 네 노력으로밖에 할 수 없다.” 칡은 사정사정했다. “노력도 길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상한 저한테 길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변화는 만남으로서만 가능하다. 진정 좋은 만남을 가져 보려무나.“

그날 이후 칡은 만남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새벽, 잣나무 위에서 반짝이는 샛별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곧게, 크게 자라는 저 잣나무와 벗하기로, 칡은 껍질이 벗겨지는 아픔을 참고 바위 위로 기어가 마침내 가장 높은 데 있는 잣나무 가지를 잡았다. 칡은 잣나무와 함께 세한을 나고 또 세한을 났다. 세세연년이 흘렀다. 산을 찾아온 사람들은 몇 사람이 안아야 할 잣나무를 보았다. 칡을 보았다. 둘은 함께 베였다. 그리하여 잣나무는 섬진강의 배가 되고 칡은 절의 기둥이 되었다.

지리산 화엄사 대웅전 기둥 가운데 하나가 그 칡이라고 한다. 하찮은 칡도 만남이 좋아 기둥감이 되었다.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Thoughts of the Past
 
 


1,062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