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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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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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7-05 ㅣ No.113030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타볼산에서 예수님께 말하였던 것처럼 계속 피정을 하면서 지내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피정을 하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은 피정이 가뭄에 단비처럼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선배 신부님들께서 하신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벌써 내년의 피정이 기다려집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입니다. 김 신부님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이며, 26살 젊은 나이에 순교하신 순교자입니다. 가족들 역시 모두 독실한 신자였으며, 순교자들이 많았습니다. 1982년 신학교에 입학해서 도보 성지순례를 갔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발자취가 있었던 성지를 순례하였습니다. 양지, 미리내, 나바위, 솔뫼 성지를 갔었습니다. 그때는 성인품에 오르지 않았었고, 성지도 잘 보존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땀을 흘리면서 순례를 하였던 것이 제게 영적인 힘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사제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봅니다. 신앙인들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사제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자는 시간에 홀로 깨어서 외부의 적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동료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하느님의 백성들을 보호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것들로부터 교회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파수꾼은 늘 깨어있어야 하고, 파수꾼은 주변을 감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직접적인 박해는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혹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제는 그런 유혹들을 먼저 이겨내고, 그런 유혹들이 교회에 발 부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는 깊은 샘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기도를 하면 그 샘에서 용기, 위로, 희망, 기쁨, 친절, 사랑의 샘물이 넘쳐납니다. 사제의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기쁨이 없다면, 고독하다면, 짜증과 분노가 생긴다면 그것은 기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제도, 강론을 잘 하는 사제도, 지식이 넘치는 사제도 기도의 샘물이 메마르면 넘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세상의 악을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제자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아픈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죄인들, 장애인들은 예수님을 찾았고,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들의 지친 어깨를 감싸 주었고, 그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 특히 외롭고, 가난하고, 아픈 신자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었듯이,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면서 살았듯이 사제는 겸손한 마음으로 신자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사제는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사제생활 3년이면 밑천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사제는 끊임없이 교회의 서적을 읽어야 합니다. 새로운 신학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에서는 신문과 뉴스를 자주 접해야 합니다. 사제는 연구해야 합니다. 사제는 강론을 준비하기 위해서,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진리의 길을 알려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사제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즈카리야는 파수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파수꾼인 즈카리야를 돌로 쳐서 죽이고 말았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파수꾼이 되어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박해의 칼을 피하지 못했고, 순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사제가 시대의 파수꾼이 되고, 기도하며, 신자들과 함께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박해는 알고 피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혹은 조금씩 우리의 영혼을 마비시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끝까지 참고 견디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편안하고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 그러나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사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길은 때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지만 그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키워주고 그러한 끈기는 영원한 삶을 갈망하는 희망을 낳습니다. 또한 그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본받아 사제들이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 중에 기억했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들도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신앙을 충실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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