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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국보법 위반 사범에 대한 상고심 재판의 형식을 빌렸지만 대법의 판결문은 법 적용 이상의 ‘주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대법은 ‘북한이 우리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시도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견해를 바탕으로 국보법의 폐지가 곧 스스로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요컨대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의 명확한 입장이다.
국보법 개폐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헌법 제37조 2항, 즉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자유와 권리의 제한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자리한다. 국가안보와 인권이라는 절대가치간 조화와 긴장관계 문제다. 대법은 ‘스스로를 붕괴시켜 자유와 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대법의 이런 인식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위협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해도 북한의 대남인식이 여전한 상황에서 앞장서 방어 시스템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역시 국보법은 폐지보다는 불고지죄 등 일부 독소조항을 바로잡는 선에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판결문에 나타난 대법의 시각이 시대변화를 담지 못한채 70, 80년대식 냉전논리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일부 문구가 거슬린다지만 그것이 큰 틀에서의 논의구도를 바꿀만한 것은 아니다. 또한 정치권 주장을 반박하는 형태의 ‘판결이유’가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는 사법 적극주의로 받아들이는 것이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논란중인 법률사안에 최고법원이 입장을 밝히는 것을 백안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최근 들어 김승규 법무장관의 국보법 존속필요성 발언, 헌법재판소 국보법 제7조(찬양·고무) 합헌 결정에 이어 대법의 이번 심판으로 사법관련 기관의 입장은 국보법 존치론 쪽으로 모아진 듯하다. 정치권은 이러한 견해가 갖는 의미를 진지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일부 폐단이 있었다고 틀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는 틀 속에서 개선점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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