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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1주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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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보 신부님의~ 이별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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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4-09-21 ㅣ No.71482


† 그리스도의 향기. . . . . . .


안녕하세요! 나탈리아입니다.

가을 볕이 좋을만도한데 요며칠 꾸물거리네요.

잘들 지내고 계시는지요.

지난 주 미사를 보시고 오신 어머님의 눈가에 눈물이

의정부 교구로 바뀌면서 신부님 인사이동으로 본당 주임신부님이신

최성우 세례자 요한 신부님께서 교구청으로 가시게 되어

고별 주일 미사를 드리시는데 그렇게 우시더라구요.....

오늘이죠..... 신부님들이 이사(?)가시는 날이.

짐을 꾸리시면서 두고갈 情들 때문에 또 얼마나 가슴 안이 뭉클할까요?


한 신부님의 글 올려봅니다.

다시 만날 설레임보다 떠나는 아쉬움에 맘 아프실 신부님들의 건강함과

평안함을 기도 드리며 그 분들과 함께 그 맘 나눠가져 봅니다.


배광하 신부님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수 없어 한 계절을 보내고 또다시 가을을 맞이하게 됩니다.

가을이 이별의 계절이 아닌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는 만남의 계절이길 빌어봅니다.

사제가 되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아픔은 이별의 아픔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별에는 사랑이 있으므로, 혹은 기쁨의 만남을 전제로 하기에

그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이제 또다시, 사제가 되어 함께 살았고

그래서 이별했던 많은 교우들과 본당을 떠올려봅니다.

사제로 서품되어 첫 보좌로 부임한 본당은 동해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한 작은 본당이었습니다.

제의방에서 제의를 입으며 바다를 보았고,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설악의 절경을

보았던 아름다운 성당이었습니다.

참으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았던 본당이었습니다.

교우들과의 첫 만남 역시 아름다웠던 그곳을 떠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주교좌 성당의 보좌로 이동하게 되어 그 정든 본당을 가슴 아프게 떠나게

되던 날 송별 미사에 이어 송별식이 있었습니다.

담담히 송별식을 치르겠노라 다짐했는데 사회를 맡으신 형제님께서

갑자기 울먹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리셨습니다.

일순간 성당 안은 훌쩍이는 눈물 바다로 변하였고 주체할 수 없었던

못난 보좌신부는 그만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짐을 싣고 떠나려는데 교우 분들이 많이 나오셨습니다.

주임신부님의 권유로 성당 안으로 모두 들어가 저를 위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주임신부님은 자유기도 중 갑자기 울먹이시어 또다시

교우들이 울어버렸고 눈물샘이 마른 줄 알았던 저 또한 한없이 울었습니다.

사목회장님의 승용차에 올라 정든 본당과 속초를 떠나 미시령 정상에 오르는

내내 훌쩍이며 우는 저를 보시고 회장님은 너무도 딱해보였는지

“신부님, 이제 그만 우세요. 우린 같은 교구인데 또 만나뵈올 수 있잖아요”

하며 제 손을 꼬옥 잡아주셨습니다.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바보같이

계속 울었습니다. 참으로 슬펐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신학생 시절 강원도 양구 민통선 마을 해안 공소에 파견되어

공소 교우들과 너무도 기쁜 체험을 마치고 떠나던 날,

교우들이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을 나와 환송해줄 때,

그 사랑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버스가 백암산 정상에 오르자,

저는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라는 책의 주인공인 월터 J. 취제크 신부님처럼

(그분은 시베리아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시다가 추방당하시어

소련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저주의 그 땅을 향하여

비행기 창밖을 통하여 축복의 십자가를 그으셨습니다)

남한 최북단 마을을 향하여 차창 밖을 보며 십자가를

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사제가 되어 처음으로 정이 들었던

본당을 울며 떠나게 된 저는 미시령 정상에서 보이지 않는 그곳을

바라보며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향하여 주님께 축복을 빌며

작은 십자가를 긋고 있었습니다. . . . . †


그 분들 모두가 신앙 안에 행복을 꿈꾸며 살도록 말입니다.

그 뒤 본당을 떠날 때마다 첫 본당만큼은 아닐지라도 철없이 많이 울었습니다.

울보 신부라 부르더라도 그냥 울었을 것입니다.

교우들은 얼마나, 정이 많고 착한 사제를 원하는지….

또 교우들은 얼마나 사제를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그 착한 교우들과 이별한다는 것은 가슴 미어지는 아픔이 있습니다.

“짧기도 하였구나. 내 그대들과 함께 보낸 날들이여,

또한 내 한 말들은 더욱 짧았구나.

하지만 내 목소리 그대들의 추억 속에서 지워지면

그때 나는 다시 오리라.”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고별’에 나오는 글입니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합니다.

또한 어느 한곳에 안주하여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며,

사제는 더욱 그러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원없이 사랑하며 잠시 머문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지요. 첫 이야기부터 어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다음에는 기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거듭 생각해보십시오.

참다운 이별을 위한 오늘 이 자리에서의 나의 사랑의 노력을 말입니다.

부족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이별과 기쁜 만남을 꿈꾸며.....

..... 편히 잠들도록 이 밤 기도드립니다.


to.

울보 신부님의 아름다운 맘이 글을 통해 전해져 오지요.


“ 교우들은 얼마나, 정이 많고 착한 사제를 원하는지….


또 교우들은 얼마나 사제를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

이 맘- 오늘 이임지로 떠나시는 모든 신부님의 맘과 같으리라 봅니다.

건강하심과 행복하심의 기도 선물꾸러미로 꽁꽁 싸 드립니다.

착하신 목자 늘 좋은 날들이기를요..... 아멘.


- 2004년 9월 22일 흐린 화요일 아침에 -

....... 사제 그 아름다운 이름에 나탈리아 올림.


P.S: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이 싯귀....... 떠나시는 그 분들께 받쳐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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